미 민주당 대선후보 지명전에 나선 흑인 주자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의 파죽지세가 ‘슈퍼 화요일’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다. 9일 실시된 워싱턴, 루이지애나, 네브래스카 등 3개 주 경선에서 오바마 의원이 경쟁자인 여성 주자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에게 전승을 거둔 것은 지금까지의 대결에서 유지돼온 두 주자간 박빙의 균형이 오바마 의원 쪽으로 기울어질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오바마 의원의 이날 경선 승리는 단순히 완승을 거뒀다는 정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3개 주 모두에서 힐러리 의원을 두 배 안팎의 표 차이로 따돌렸다는 점에서 한층 위력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오바마 의원이 이날 확보한 승리는 당초 예견된 것이기는 했지만 힐러리 의원과의 격차가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었기 때문에 이후 계속될 경선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중의 승리’라고 얘기도 나오고 있다.
경선에서 오바마 의원은 지금까지 확인된 자신의 강점을 다시 한번 유감없이 발휘했다. 97명의 대의원이 할당된 워싱턴주 코커스에서 오바마 의원은 젊은 층과 보다 진보적인 자유주의 세력 및 상대적 부유층의 지지에 힘입어 힐러리 의원을 68% 대 31%로 누를 수 있었다. 흑인 인구가 상대적으로 많은 루이지애나에서는 흑인표의 결집력이 거듭 확인됐다.
출구조사 결과, 루이지애나의 흑인 유권자들은 80%이상이 오바마 의원에게 표를 던졌다. 힐러리 의원이 루이지애나 예비선거에서 36%를 득표, 오바마 의원을 57%에 묶어둔 것이 오히려 그나마 선전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흑인들의 표심은 오바마 의원에게 쏠렸다.
힐러리 의원에게 더욱 위협적인 대목은 흑인표는 오바마 의원에게 몰려 가고 있으나 백인 남성의 표심은 거의 대등할 정도로 두 주자 사이에서 분할되고 있다는 점이다. 흑인들이 뭉칠수록 백인들도 힐러리 의원 주변에 몰려 들 것이라는 인종적 대결 구도가 예상되기도 했으나 실제로는 백인 남성이 오바마 의원의 뒷심으로 작용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비해 힐러리 의원은 백인 여성과 히스패닉 등 흑인을 제외한 소수 인종의 지지에 사활을 거는 다소 왜소해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바마 의원이 이날 경선을 휩쓸었으나 대세론을 거론하기에는 아직 이른 시점이다. 미 CNN 방송의 집계 따르면 9일 경선 결과를 반영한 이후에도 전체 대의원 확보수에서는 1,100대 1,039로 근소하게나마 힐러리 의원이 앞서가고 있다.
힐러리 의원측은 또 10일 메인주에 이어 12일 워싱턴 D.C., 버지니아, 메릴랜드 주의 경선에서 모두 패배해 확보 대의원 수에서도 역전당한다고 해도 444명의 대의원이 걸린 3월4일 텍사스, 오하이오 등 4개 주 경선에서 또 다시 반전의 기회를 마련할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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