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의원에게 신인이 공천 도전장을 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상대가 산전수전 다 겪은 당내 중진이라면 더더욱 몸을 사릴 일이다. 하지만 쉽지 않은 승부에서 대어를 낚기라도 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일약 스타로 부상할 수 있다. 그래서 신인으로선 현역 중진과의 한판 승부가 무척이나 스릴 넘치는 도전이다.
이번 한나라당 18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도 현역 중진들에게 도전장을 낸 겁 없는 신인들은 단연 눈에 띈다. 우선 3선 중진 정형근(부산 북강서갑) 최고위원과의 정면 승부에 나선 3인방이 화제다. 서울지검 특수부 검사를 지낸 박민식 변호사, 당 경선준비위원을 지낸 손교명 변호사, 피랍탈북인권연대 대표를 지낸 도희윤씨가 이들이다. 매번 공천 때면 당 안팎으로부터 물갈이 1호로 찍혀온 정 최고위원이 이번에도 이들의 거센 도전을 뿌리치고 4선 고지에 오를 수 있을지 벌써부터 관심사다.
부산 사하갑에서는 경향신문 기자를 지낸 김해진 인수위 전문위원이 엄호성 의원에게 결투를 신청했다. 김 위원이 친 이명박 당선인 쪽이라면 친 박근혜 전 대표 쪽에서는 현기환 전 캠프 특보가 엄 의원을 겨냥해 공천신청을 해두고 있다.
서울에서는 5선 중진 김덕룡 의원을 고승덕 변호사가 제물로 삼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그는 당초 서초갑, 광진을 지역 공천을 저울질하다 과감하게 김 의원의 서초을로 방향을 틀었다. 이 지역엔 고 변호사외에도 이상석 변호사, 장인태 변호사 등 7명이 공천 신청을 내놓고 있다. 이들은 김 의원이 2006년 지방선거 때 부인이 공천헌금을 받은 점 때문에 공천 전선을 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계산을 하는 것 같다.
영등포을에서는 한국일보 논설위원 출신인 조명구 인수위 자문위원이 재선인 권영세 의원과의 일전을 벼르고 있다. 당 최고위원을 지낸 권 의원은 이번 공천심사위원 하마평에도 오른 당내 중량급 인사다. 쉽지 않은 도전이지만 권 의원을 거꾸러뜨릴 수만 있다면 조 위원으로서는 대어를 낚는 셈이다. 경선과 대선 과정에서 이 당선인의 네거티브 방패막이 역할을 했던 은진수 변호사는 김충환 의원을 겨냥해 강동갑에서 공천을 신청했다.
대구 달서갑에서는 박종근 시당위원장을 노려 이철우 전 경북 정무부지사와 홍지만 전 SBS앵커 등이 공천을 신청했고, 경북 상주에서도 손승태 전 감사원 사무차장이 이상배 의원에게 도전장을 내놓고 있다. 안동에서는 허용범 전 조선일보 워싱턴특파원이 권오을 의원을 정조준하고 있다. 경남 거제에서는 윤영 전 거제시 부시장이 3선의 김기춘 의원에게 도전장을 냈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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