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은 재산 있는 게 죄다. 쥐꼬리만한 재산 때문에 정부 지원은 한 푼도 못 받으면서 지난 5년간 건강보험료, 비료가격 폭등으로 살림은 갈수록 각박해졌다. 차라리 밑바닥 인생이 나을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 옆집 김 영감은 이 동네 최고 부자인데도 기초노령연금을 받았다. 자녀에게 미리 상속해서 장부상으로는 재산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난한 나는 애들이 명의를 빌려 비과세 저축에 드는 바람에 한 푼도 못 받게 됐다. 세상에 이런 억울한 일이 또 있나.
비록 임기 종료가 한 달도 남지 않았으나, 농어촌 지역 서민층 노인들을 중심으로 참여정부의 복지정책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빈곤정책이 하위 10% 계층에만 집중되면서 참여정부 5년간 중산ㆍ서민 계층의 상대 소득은 악화한데다가, 참여정부 복지정책의 완결판인 기초노령연금의 구조적 문제점이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통계청에 따르면 참여정부의 분배 중시 정책으로 하위 10% 계층의 상대 소득은 증가한 반면, 하위 30~70%에 해당하는 서민ㆍ중산층의 상대 소득은 오히려 감소했다. 2003년 3ㆍ4분기에는 하위 10%의 소득(43만8,000원)이 전체 평균(월 269만1,000원)의 16.2%에 머물렀으나, 2007년 3분기에는 16.4%로 늘어났다.
반면, 하위 30%의 해당 비율은 2003년 55.9%에서 2007년 53.8%로 악화했고, 하위 40%(69.8%→67.3%)와 하위 50%(81.5%→80.3%)의 비율도 하락했다. 상위 10% 부유층의 소득이 평균 소득의 2.4배에서 2.53배로 높아진 것을 감안하면, 참여정부 5년간 체감 살림살이가 개선된 계층은 극빈층과 최상류층에 불과한 셈이다.
이와 관련, 한 전문가는 “200만명의 빈곤층에 대해서만 생계비와 의료비 지원이 집중됐기 때문”이라며 “상대적으로 중산ㆍ서민층의 소외감은 더욱 커졌다”고 말했다.
수치는 실제 민심으로도 확인된다. 기초노령연금 첫 지급을 계기로 지난달 31일 경기도 연천군 전곡3리 경로당을 찾은 변재진 보건복지부 장관은 노인들로부터 쓴 소리를 들었다. 한 주민은 “땅바닥 사람(재산 없는 빈곤층)이 오히려 살만하다.
좀 있다고 정부 지원은 전혀 없는데, 가을 농사 지은 돈으로 여기저기 지출하면 남는 게 없다. 재산을 다 팔고 싶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특히 “이북에는 공짜로 퍼주는 비료 값이 너무 올라 농사 짓기가 너무 힘들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올해 2조원 가까운 예산을 투입하는 노령연금에 대해서도, 보유 재산 때문에 제외되거나 연금이 감액된 노인들을 중심으로 선정 과정이 잘못됐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변 장관은 ‘400만명이 넘는 어르신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인 만큼 시행 초기에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이해를 구했으나, 노인들은 납득하지 않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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