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후반을 겨냥한 YA(Young Adult)분야의 등장으로 청소년문학이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청소년문학이라고 하면 중학생들을 겨냥한 통속적인 학원물, 또는 쉽게 풀어 쓴 고전 등을 떠올리기 쉬웠다. 그러나 최근 10대 후반의 감수성에 호소하는 YA의 등장으로 청소년문학이 문학적ㆍ상업적으로 독자영역을 개척해나가고 있다.
민음사는 최근 청소년문학시장의 블루오션인 고등학생을 타깃으로 한 ‘영 어덜트(young adulut)’ 브랜드 까멜레옹을 출범했다. 첫 책으로 미국의 스타SF 작가인 스티븐 제이굴드의 <점퍼> 를 펴냈고 아사노 아츠코, 이가라시 다카히사 등 청소년들의 감수성에 호소하는 일본 작가들의 작품 등 연내 10권 이상을 펴낼 계획이다. 점퍼>
김은하 비룡소 팀장은 “청소년 문학이라고 하면 중학생이 대상독자이기 때문에 소재와 표현수위에서 제약을 받았다”며 “YA는 일반소설을 읽기도, 중학생용 청소년소설을 읽기도 고민스러운 고등학생부터 대학교 신입생들까지 읽을 수 있는 문학시리즈”라고 설명했다.
청소년 문학시리즈의 시초는 1997년부터 시작된 사계절의 ‘1318문고’. 10만권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박상율의 성장소설 <봄바람> 을 비롯, 최근까지 46권의 국내외 청소년소설을 내놓았다. 이 시리즈 역시 한 세대 이전의 과거 혹은 농촌과 섬 등을 배경으로 한 초기 작품들과는 달리 성(性), 학교, 인권 등 이른바 하이틴들의 당대적 관심을 반영하는 작품들을 선보이며 변신을 꾀하고 있다. 봄바람>
70년대 중반부터 아동문학에 각별한 관심을 쏟았던 창비는 지난해 6월 창비청소년시리즈를 내놓으며 본격적으로 청소년 문학시장에 뛰어들었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소재로 학교인권문제를 고발한 이현의 <우리들의 스캔들> 을 비롯, 국내 단편SF소설을 8편을 묶은 <잃어버린 개념을 찾아서> 등 고등학생이상의 지적수준과 감수성에 호소하는 작품들이다. 잃어버린> 우리들의>
이 같은 현상은 높아진 작품수준과 초ㆍ중등학생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새로운 활로를 개척하려는 출판사들의 상업적 목적이 결합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최근 청소년 문학 작품들은 10대 후반의 말투나 행동, 습관, 풍속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으며 임신, 낙태, 성폭행, 동성애 등 지금까지 금기시됐던 소재까지 다루는 등 전위성을 확보해가고 있다는 것이 평론가들의 견해다.
이와 함께 독서와 문학에 대한 자의식을 바탕으로 90년대말부터 아동도서의 성장을 주도했던 386세대들의 자녀가 10대후반에 접어들면서 이 분야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는 견해도 있다. 현재까지는 상업적으로도 비교적 좋은 결실을 맺고 있는데 교보문고에 따르면 2006년과 지난해 청소년소설의 판매율 성장은 33.5%, 23.7%로 일반도서의 성장율 20%를 훨씬 뛰어넘었다.
그러나 YA의 장르적 정체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청소년문학평론가 김경연씨는 “YA는 70년대 중반 미국에서 성 문제 등 사춘기의 고민을 다룬 청소년문학 장르로 확립됐지만, 우리는 상업적 목적에 의해 도입된 것으로 보인다”며 “입시준비로 고등학생만 되면 일반소설을 읽어야 하는 우리 현실상 YA가 어떤 식으로 자리잡을지 아직 불확실하다”라고 말했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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