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충남 공주 육군 3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첫 선을 보인 다이어트 소대 ‘비만클럽’이 군 안팎의 열띤 호응을 얻으면서 육군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육군 훈련병의 절반 가까이를 배출하는 논산 육군훈련소가 2002년 이 시스템을 도입한 것을 기폭제로 지난해 말까지 1군사령부 전 사단, 제2작전사령부 6개 사단, 3군사령부 11개 사단 등 육군 전체 부대의 90% 이상이 신병 교육과정에서 살빼기 소대를 운영하고 있다.
한달 동안 24kg 빼
지난해 말부터 32사단에서 훈련 받은 이현우(21) 이병은 입대 당시 몸무게가 116㎏이었다. 키가 180㎝ 정도로 컸지만 체질량지수를 내보면 이 이병은 ‘고도 비만’에 해당한다. 교관과 면담 과정에서 ‘비만클럽’을 소개 받고도 내성적인 성격 탓에 처음에는 주저했다. 하지만 “한번 해보자”고 마음 먹고 살빼기에 돌입한지 5주. 훈련소 퇴소일인 지난달 25일 잰 몸무게는 92㎏이었다. 한달 남짓 동안 무려 24㎏을 뺀 것이다.
살빼기를 책임지고 있는 신교대 이선영(26) 중사는 “기수마다 평균 20명 정도 비만 훈련병들로 ‘신비클럽’을 운영한다”며 “훈련을 마칠 때 많게는 20㎏ 이상, 평균 10㎏ 정도 살을 뺀다”고 말했다. 이 중사는 “기본 교육 훈련을 통해 체중이 20, 30% 빠지는 것을 감안하면 비만병 특별 훈련으로 평균 7, 8㎏ 빼는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하루에 1시간 반만 투자하라
32사단은 신교대 비만 병사 특별훈련에 하루 1시간 30분 정도를 할애한다. 프로그램은 하체, 복근 등 부위별 감량 및 유산소 운동과 뜀걸음(구보)으로 시작해 정리체조로 끝내는 일일체력단련 등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모두 신교대의 하루 기본 교육훈련을 마친 뒤나 휴일 자유시간을 이용해 추가로 해야 하는 훈련이다.
부위별 감량과 유산소 운동은 생활관(내무반) 같은 실내에서, 또는 일반 훈련병의 기초 체력 훈련을 대신한 형태로 야외에서 실시한다. 복근운동을 강화하는 윗몸 일으키기(20회 3세트) 등은 ‘비만클럽’ 전용 생활관에서 일과가 끝난 뒤 단체로 실시한다. 기상 후 아침 뜀걸음을 비만 훈련병은 보폭을 넓게 해서 힘차게 걷는 ‘파워 워킹’으로 대신한다.
체력단련은 자율뜀걸음(연병장 2바퀴)으로 시작해 스트레칭, 팔굽혀 펴기(최대 55회), 윗몸 일으키기(50회), 줄넘기(3분), 윗몸 일으키기(최대 48회), 자율뜀걸음(연병장 3바퀴)을 거쳐 정리체조로 마무리한다. 단련 후에는 소대장이 관찰 평가 내용을 병사들에게 알려준다.
식사량 조절은 부대마다 방식이 다르다. 논산 훈련소의 경우 아침은 정량의 3분의 2, 점심은 정량, 저녁은 절반으로 양을 줄이고 야식이나 군것질을 통제하지만 32사단은 이를 모두 자율에 맡긴다. 대신 식단표에 따라 제공되는 식사의 열량을 아침은 395㎉, 점심은 507㎉, 간식은 158㎉ 하는 식으로 알려주고 각자 조절토록 한다.
감량 프로그램 도입 부대도 생겨
훈련을 마치고 자대에 배치 받은 병사들의 다이어트를 독려하는 부대도 생겨나고 있다. 충북 증평의 37사단은 2006년 전군 처음으로 다이어트 성공 장병에게 포상휴가를 주는 체중 조절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비만이나 고도비만 병사들이 체중 10%를 감량할 경우 3박 4일 포상휴가를, 이후 단계적으로 7%, 5%를 추가 감량하면 또 각각 휴가를 보내준다.
육군 당국자는 “최근 입대하는 훈련병 중 10% 이상이 과체중이거나 비만이라는 통계가 있다”며 “체계적인 체중 감량 프로그램을 통해 병사들이 자신감을 갖고 군복무 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김범수 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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