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일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갑자기 사표를 제출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즉각 수리했다. 자못 이상하고 난감한 상황이다. 김 부총리는 법학전문대학원 선정 과정의 논란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고 했으나 누가 장관을 하든 이 문제는 그 만한 논란이 예상되는 일이었다.
역시 경남 지역에 로스쿨 하나를 배정하라는 청와대의 요구를 거스른 것이 결정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대통령의 명을 사실상 거부한 데 대한 개인적 미안함을 표시하려는 것이었는지, 대통령의 명을 거부한 뒤 다시 한 번 대통령에 대한 불쾌감을 표시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일국의 부총리가 임기가 20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고유 업무 처리에 대해 인사권자에게 개인적인 미안함이나 불쾌감을 사표로 표시하는 것이 적절한 처신인가 여부와는 별개로, 노 대통령의 즉각 수리는 당연한 조치로 보이지 않는다.
장관의 사표 수리가 인사권의 영역이고 형식상 본인 의사를 받아들인 것이기는 하지만 저간의 사정으로 미루어 지금 상황을 불러일으킨 책임자는 바로 노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전대미문의 정보 유출 행위를 저지른 김만복 국가정보원장의 사표는 한 달 가까이 수리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상적인 업무 수행을 한 부총리의 사표를 즉각 수리한 것은 극도로 모순된다. 특히 김 원장의 경우 여론과 야당은 물론, 여당이었던 대통합민주신당마저 수리하는 것이 옳다고 지적했는데도 청와대는 오기에 가까운 고집을 부렸다.
일이 꼬인 것은 지난달 31일 청와대 대변인이 "1 광역시ㆍ도 1 로스쿨이 원칙"이라는 주장을 하며 경남 지역에 로스쿨 하나를 배정하라고 요구하면서부터였다. 로스쿨 선정 원칙에도 없는 주장을 하면서 대통령이 막판에 끼어든 것이 그러지 않아도 타오르는 분란에 기름을 확 끼얹은 것이다.
이제 20일밖에 남지 않은 임기를 대통령이 이런 식으로 마무리하는 것은 정말이지 바람직하지 않다. 상식이 무시 당하는 임기 말의 이상기류 속에서 가뜩이나 눈총을 받아온 교육부만 우두머리 없이 정권교체와 정부조직 개편을 맞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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