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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수배자 린이푸, 세계은행 부총재에

입력
2008.02.05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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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귀순용사 출신인 린이푸(林毅夫ㆍ56) 중국 베이징(北京)대 교수가 세계은행의 선임 부총재 겸 수석경제학자로 발탁됐다. 외신은 세계은행이 4일 린이푸 교수를 프랑수아 부르기뇽의 후임으로 수석경제학자로 임명했다고 보도했다. 수석경제학자는 선임 부총재를 겸임한다.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는 린이푸 교수가 개발도상국 및 농촌에 대한 경험이 많은 점을 높이 샀으며 그의 기용이 세계은행과 중국의 관계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린 교수는 이번 임명으로 앤 크루거, 스탠리 피셔, 로런스 서머스, 조지프 스티글리츠, 니컬러스 스턴 등 서양 학자들이 주도하는 국제경제학계에 개발도상국 학자로는 처음 석학으로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린 교수는 린정이(林正誼)이라는 이름의 대만군 출신 귀순용사로 대만에서는 아직도 수배를 받고 있다. 그는 어머니가 행상을 하는 가난한 집안에서 자랐지만 학교 성적이 매우 우수했다. 게다가 학생군사훈련에서도 출중한 실력을 보여 엘리트 간부를 키우려던 군 당국의 눈에 띄어 장교의 길을 밟는다.

군의 지원으로 대만 정치대학에서 기업관리학 석사 과정을 마친 뒤 1978년 중국과 접한 대만의 최전방 진먼(金門)도 주둔군의 연대장으로 파견됐다. 린정이 대위는 이듬해 5월 대만군 병력배치도 등 기밀문서를 갖고 한밤중에 농구공에 의존, 2㎞ 떨어진 중국 대륙으로 헤엄쳐 넘어갔다.

이름을 린이푸로 바꾸고 베이징대에서 경제학 석사 과정을 마친 그는 당시 교환교수로 와있던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시어도어 슐츠 교수의 지원으로 미 시카고대학에 유학한다. 그곳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다시 예일대에서 박사후 과정을 마쳤다. 미국 대학의 교수직 제의가 잇따랐지만 린이푸는 중국경제를 공부하기 위해 귀국했다. 그는 이후 중국경제개발계획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등 주룽지 전 총리의 브레인으로 명성을 날렸다.

한편 대만은 당시 린정이 대위를 실종 사망으로 처리했다가 2002년에야 망명 사실을 확인하고 탈영 및 적국 투항혐의로 그에게 수배령을 내렸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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