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최대 명절인 설날을 앞두고 귀성전쟁이 본격 시작됐다. 상당수 제조업체들은 이미 최장 9일을 쉴 수 있는 황금 연휴에 들어갔다. 하지만 설 당일까지 나와서 일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연휴라는 단꿈은 다른 나라 얘기처럼 들린다.
명절이 가장 바쁜 사람들은 역시 유통업체 직원들이다. 대형마트와 백화점은 단기간에 큰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설 대목을 맞아 폐점 시간을 늦추면서까지 손님맞이에 분주하다. 홈플러스, 홈에버 등 일부 대형마트는 설날에도 문을 열기 때문에 일부 직원들은 귀향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홈플러스 서울 잠실점 이경옥 부점장은 설날 새벽에 잠시 경기 평촌 형님댁에 차례를 다녀온 뒤 오전 10시부터 매장에 나올 예정이다. 이 부점장은 "선물을 장만하지 못했거나 생필품이 급하게 필요해 설날에도 매장을 찾는 분들이 많다"며 "설날에는 평소의 30~40% 직원만 일해 훨씬 힘들지만, 고객들이 연휴에도 편안하게 쇼핑을 할 수 있어 위안이 된다"고 말했다.
명절을 아예 잊은 사람들도 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 1제강공장에서 근무하는 유연섭 총괄주임에겐 설 연휴도 평소나 다름없다. 용광로에서 1년 365일 쇳물을 뽑아내야 하는 제철소 특성상, 한시도 손을 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연휴에도 포스코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엔 각각 3,000여명의 직원이 출근한다. 유 주임은 "설 연휴라도 공장을 멈출 수 없고 누구라도 해야 할 일이기 때문에 업무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명절 때마다 해외출장에 오르는 최고경영자(CEO)들도 있다. 현대중공업 민계식 부회장과 최길선 사장은 설 연휴 기간 미주, 중동, 아프리카 등지의 플랜트, 원유저장설비, 복합화력발전소 공사현장을 방문, 이역에서 고생하는 임직원들을 위로할 예정이다.
민 부회장은 "직접 나가서 공사 진척 현황을 점검하고, 임직원들을 격려할 수 있어 매우 보람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경영진은 2005년부터 설과 추석 연휴를 해외에서 현장 직원들과 함께 보내고 있다.
수출ㆍ입 관문인 항만도 바쁘긴 마찬가지. 하역 근로자들은 명절과 상관없이 드나드는 수출ㆍ입 컨테이너선 하역작업으로 밤을 지샐 판이다.
대한통운 광양지사 포맨(하역 현장책임자) 이만호 차장은 "6일과 8일 세계 최대 선사인 머스크라인의 컨테이너선이 들어온다"며 "설날(7일)에는 70여명의 동료들과 함께 항구에서 아침 해를 맞을 수밖에 없어 가족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우리나라 주력 산업인 반도체, LCD 생산업체 일부 직원들도 설 연휴를 반납해야 한다. 반도체 생산라인은 청정공간 속에 수백 가지 공정을 거쳐 제품을 생산하기 때문에 1초라도 멈춰선 안 된다.
삼성전자 반도체 기흥 사업장 황혜진씨는 "설 연휴에 고향 부모님과 친구를 만나고 싶지만, 다음 명절을 기대해야 할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박기수기자 blessyou@hk.co.kr문향란기자 iami@hk.co.kr허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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