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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설/ 손꼽았던 화제작들…'세뱃돈 도둑' 따로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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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설/ 손꼽았던 화제작들…'세뱃돈 도둑' 따로없네

입력
2008.02.05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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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듯한 방구들에만 붙어있기엔 다소 긴 연휴. 평소 바쁘다는 핑계로 가족과 연인의 눈치를 묵살했다면, “영화나 한 편 보러 갈까”라는 말을 먼저 꺼내 보자.

케케묵은 덕담보다 반가운 새해 인사가 될 것이다. 대목답게 다양한 영화들이 당신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이맘때면 늘 등장하던 ‘명절용’ 코미디 대신, 올해는 참신함이 돋보이는 영화가 많다. 보고 싶은 영화를 골랐다면 예매는 필수. 명절 티켓박스 앞의 정체는 귀성길 고속도로 톨게이트 못지않다.

◆ 원스어폰어타임

독립군의 시대는 가고 사기꾼의 시대가 왔다? 1940년대 경성. 민족 자존과 겨레의 앞날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무슨 꿈을 갖고 살았을까.

이 영화는 3,000캐럿짜리 다이아몬드 ‘동방의 빛’을 차지하기 위한 사기꾼과 도둑, 일본 헌병대의 소동을 좌충우돌 코믹 액션극으로 그려낸다.

멋지게 빗어넘긴 머리에 젠틀한 매너를 가진 비즈니스맨 가네무라. 그러나 밤이 되면 경성 최고의 사기꾼 ‘봉구’로 변신한다.

당최 진심을 알 수 없는 이 남자는 고혹적인 재즈가수 하루꼬(춘자)에게 접근하지만, 알고 보면 그녀도 전설적인 솜씨를 뽐내는 도둑 ‘해당화’다.

우역곡절 끝에 동방의 빛을 손에 넣은 봉구와 춘자. 그러나 이들의 앞길은 순탄치 않고, “민족혼이 밥 먹여 주나? 오까네가 아리마센인데(돈이 없는데)”라던 봉구는 또 한번의 변신을 보여준다.

● 개봉 1월 31일 ● 감독 정용기 ● 주연 박용우, 이용우 ● 12세 관람가.

● 우와! 맛난 과자로 가득한 종합선물세트 같은 영화. 코미디와 액션, 비교적 탄탄한 드라마, 재즈곡을 뽑아내는 이보영의 섹시한 매력까지 재미의 요소를 골고루 갖췄다. 억지스럽지 않게 아귀가 들어맞는 구성이 영화에 윤기를 낸다.

● 에이… 코미디에 대한 갈증을 채워주는 것은 독립군의 신분을 숨긴 채 ‘미네르빠’를 운영하는 두 조연(성동일, 조희봉). 하지만 시종 슬랩스틱으로만 이어지는 웃음의 상황설정이 뒷부분으로 갈수록 지겨워진다.

◆ 명장

19세기 중엽의 청나라. 핍박을 못 이긴 백성들이 태평천국의 난을 일으키고 14년에 걸친 처참한 전쟁이 계속된다.

부하들을 모두 잃고 은신하던 청의 장수 방청운은 도적단 우두머리 조이호, 강오양과 의형제를 맺고 ‘산’군을 조직해 난의 평정에 나선다.

“가난하다는 이유로 맞고도 아무 말 못하는 사람이 없는 세상을 만들자”던 방청운은, 그러나 권력의 중심에 다가갈수록 가슴 속 야망도 커져간다.

동정심과 의협심이 강한 조이호는 방청운의 변화에 거리감을 느끼고, 두 형의 갈등에 괴로워하던 강오양은 결국 “피의 맹세”를 지키는 길을 택한다.

15만명의 엑스트라가 연출하는 웅장한 스펙터클 속에, 대의와 인간적 욕심 사이에서 방황하는 남자의 체취가 담겼다.

● 개봉 1월 31일 ● 감독 천커신 ● 주연 리롄제, 류더화, 진청우 ● 18세 관람가.

● 우와! 원어 발음대로 표기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귀에 익은 옛이름으로 불러보자. 이연걸, 유덕화, 금성무. 한 시절의 로망으로 각인된 형님들이 한 자리에 모인 것만으로도 뿌듯함을 맛볼 수 있을 듯. 게다가 감독은 <첨밀밀> 의 진가신이다. 이들 모두, 이름값 한다. 사실적인 액션, 세밀하게 처리된 드라마가 돋보인다.

● 에이… 최근 중국 무협 블록버스터의 화려한 비주얼에 중독된 관객에게는 이 영화의 사실성이 투박함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액션영화 특유의 과장과 통쾌함도 부족하다. 게다가 화면은 왜 이리 어둡고 거친지….

◆ 슈퍼맨이었던 사나이

3년째 신파의 냄새가 폴폴 나는 휴먼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있는 송수정PD. 작위적인 감동과 동정심에 호소하는 싸구려 다큐에 신물이 난 그녀는 “차라리 아프리카 사자를 찍겠다”며 회사를 뛰쳐나온다.

하지만 그녀의 눈 앞에 “진짜 물건”이 나타난다. 바로 붉은 망토 대신 하와이언 셔츠를 걸친 슈퍼맨.

이 슈퍼맨은 여학교 앞에서 바바리맨을 혼내주고, 할머니의 무거운 짐을 대신 들어주고, 잃어버린 개를 찾아 주는 등 슈퍼맨으로서의 임무(?)를 다한다.

머릿속에 크립토나이트가 박혀서 초능력을 쓸 수는 없지만, 그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지구인 친구들을 돕는다.

다큐 제작을 마칠 무렵 송PD는 슈퍼맨의 머릿속에 진짜로 무언가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가 슈퍼맨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한걸음씩 접근한다.

● 개봉 1월 31일 ● 감독 정윤철 ● 주연 황정민, 전지현 ● 전체 관람가.

● 우와! 담백한 영화를 찾는 관객에게 ‘딱’인 영화. 화학조미료를 첨가하지 않은 따끈따끈한 죽 한 그릇 같다. 황정민의 검증된 연기와 전지현의 달라진 모습을 확인하는 기쁨도 있다.

● 에이… 담백한 건 좋지만, 싱거우면 곤란하지 않을까. 정 감독의 전작 <말아톤> (2005년)과 <좋지 아니한가> (2007년) 이상의 감동과 재미를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도. 이야기는 담담하지만 지루하고, 직설적으로 노출되는 메시지는 다소 버겁다.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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