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의 세계에는 언제나 기적이 있지 않습니까?”
상대는 이형택(44위ㆍ삼성증권) 수준 이상의 강자들로만 구성된 독일이다. 과거 세계랭킹 1위 보리스 베커를 배출했고 지금도 토미 하스(27위) 등 톱랭커들이 즐비한 테니스 강국이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비유가 들어맞을 만하다.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전영대 감독도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국이 독일을 이기기는 불가능에 가깝다”며 한 수 접어놓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20년 만에 데이비스컵 월드그룹 16강에 진출한 한국 테니스는 설 연휴 한 자리에 모인 국민들을 위한 ‘깜짝 선물’을 준비하고 있다.
테니스 국가대항전인 데이비스컵 월드그룹 16강전이 8일부터 독일 니더작센주 브라운슈바이크에서 열린다. 한국은 지난해 9월 데이비스컵 플레이오프에서 슬로바키아를 누르고 87년 이후 20년 만에 월드그룹 16강 진출에 성공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16강 대진 상대인 독일의 홈에서 진행되는 이번 대회에는 한국 테니스의 간판 이형택을 비롯해 안재성(331위ㆍ건국대) 전웅선(336위) 김현준(1,044위ㆍ순천향대) 4명이 출전해 사흘간 4번의 단식과 1번의 복식으로 승부를 가린다. 독일을 물리치고 월드그룹 8강에 오르기 위해서는 적어도 단식 2승과 복식 1승 등 3승 이상이 필요하다.
하지만 독일의 벽을 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독일대표팀은 이번 대회에 톱랭커인 토미 하스가 빠지지만 필립 콜 슈라이버(28위), 니콜라스 키퍼(43위), 마카엘 베러(63위), 플로리안 마이어(69위) 등 강자들이 포진해 있다. 그나마 이들과 수준이 비슷한 이형택마저 오른 무릎에 통증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라 승산은 높지 않은 편이다.
더욱이 이번 대회를 앞두고 대표팀이 손발을 맞춘 시간은 이형택이 호주오픈을 마친 직후인 지난달 23일부터 약 1주일 남짓이다. 실력이 뒤떨어지는 데다 준비도 충분하지 않아 독일을 이기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평가다.
하지만 오히려 한국 선수단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편안히 경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 1일 독일 현지로 출국한 전영대 감독은 “원정인데다 상대가 워낙 강해서 큰 기대를 걸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호락호락 지는 경기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은근히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번 대회는 KBS N에서 중계한다.
브라운슈바이크(독일)=김기범기자 kik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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