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立春大吉(입춘대길)’ ‘謹賀新年(근하신년)’이 쓰인 시골집 문을 삐그덕 열고 들어가면 반가운 얼굴들이 맞아주십니다.
설날이면 큰아버지께서 손수 깎아주셨던 팽이, 사촌 형이 만들어주던 가오리연의 추억이 시골집에는 모락모락 피어 오르는 떡국의 향기마냥 구수하게 살아 있습니다.
지난해 활발한 활동을 보여줬던 쥐띠 스타들은 어떤 설 추억을 간직하고 있을까요. 그들의 추억과 올해 희망을 살짝 들어봤습니다.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밭은 기침소리처럼 아련하게 남아 있는 설날의 추억. 여러분들도 느껴보세요.
■ 이인성ㆍ배우(1996년생)
온 식구가 모여 세배하고, 세뱃돈을 받는 설날이 저는 일 년 중에서 가장 기다려집니다. 맛있는 음식, 그 중에서도 제가 제일 좋아하는 산적을 많이 먹을 수 있어 더 좋아요. 가족들과 윷놀이, 연날리기, 팽이놀이를 할 수도 있어서 좋아요. 지난해 설날에는 막내삼촌이 만들어주신 가오리연을 날리며 재미있게 놀았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좋은 건 할아버지 산소에 가서 성묘하고, 할아버지를 만나는 것입니다. 할아버지 얼굴은 가물가물하지만 생각만 해도 기분이 아주 좋아져요. 할아버지께서도 제가 온 걸 아시고 반갑게 맞아주실 것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하고 있는 연기도 더 열심히 해서 사랑받는 연기자가 되고 싶고요. 올해는 저의 해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도 좋은 일들만 가득하세요.
■ 서인영ㆍ가수(1984년생)
쥬얼리 활동을 하면서 설 연휴에 거의 쉬지 못했죠. 징크스처럼 우리 활동기간이 연휴하고 많이 겹치기 때문입니다. 가장 잊지 못할 설은 2년 전 생방송으로 진행된 SBS <쉘 위 댄스> 에 출연할 때였어요. 출연자마다 춤을 한가지씩 배워 시합했었는데, 저는 '차차차'를 배우느라 두 달 동안 일주일에 몇 번씩 따로 시간을 내야 했죠. 평소 늘 춤을 추기 때문에 쉽게 생각했는데, 차차차는 생각보다 훨씬 힘든 춤이었고, 춤을 배우면서 "내가 이것밖에 안되나"라는 생각마저 들었어요. 전 결국 시합에서 졌습니다. 댄스가수의 자존심이 무너지는 순간. 그래서 방송이 끝난 후 펑펑 울었어요. 그때는 분하고 속상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저를 더 채찍질하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쉘>
■ 소이현ㆍ배우(1984년생)
큰아버지가 목회 일을 하셔서 어린 시절 명절 연휴는 늘 교회와 집에서 보냈어요. 그래서 식사를 하고 나면 교회 주차장으로 가서 어린 친척들과 뛰어 놀곤 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명절을 보내는 게 슬슬 재미없어지던 중학생 시절, 전 사고를 치고 말았어요. 교회 주차장에 큰아버지가 신도들을 태울 때 쓰는 작은 승합차가 있었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그 차가 열쇠가 꽂힌 채 세워져 있는 게 아니겠어요! 처음에는 그냥 타보려고 했다가 결국 호기심에 운전을 시도하게 됐죠. 주차장을 벗어나기도 전에 작은 사고를 냈고, 부모님께 한참 혼이 나야 했어요. 어린 시절 명절의 즐거운 추억이 그립습니다.
■ 남상미ㆍ배우(1984년생)
아직도 제가 연기자가 된 사실이 실감나지 않을 때가 있어요. 연예계에 데뷔하기 전까지는 다른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평범한 학창시절을 보냈고, 연예계에 데뷔한 계기도 아르바이트를 하다 생각지도 못하게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기 때문이었어요. 그래서 더더욱 연예인이 된 후 처음으로 맞았던 설날이 잊혀지지 않네요. 그때 처음으로 어머니께 제가 번 돈을 드렸어요. 학창시절 내내 용돈을 받기만 하다 제가 뭔가를 해드릴 수 있구나 생각하니 얼마나 기쁘던지. 그때 느낀 감정은 제가 연기생활을 계속할 수 있는 중요한 힘이 됐습니다. 이번 설 연휴 동안에도 드라마 <식객> 을 찍느라 어머니와 함께 보내긴 힘들 것 같아요. 하지만 제가 연기하는 모습을 보실 어머니를 생각하면 행복하기만 하네요. 식객>
■ 윤도현ㆍ가수(1972년생)
요즘은 먹을거리가 많아 예전 같지 않은 분위기지만, 제가 어릴 때만 하더라도 설날이나 명절이 되면 그 많고 다양한 음식을 보며 들뜨곤 했습니다. 설날 아침이 되면 냉장고 문을 열고 한참을 서 있다 여지없이 어머니한테 혼나던 기억이 납니다. 내 키보다 몇 배는 큰 냉장고에 가득 차 있는 음식들을 보면서 한없이 만족해하고, 즐거워하며, 무엇을 먹을 것인가 한참을 서서 고민했던 그 시절이 그립습니다. 그 순간 만큼은 세상을 다 가진 듯 좋았고, 정말 행복했었죠. 그 중에서도 어머니가 만들어 주시던 동그랑땡은 단연 최고였습니다. 하루종일 먹어도 질리지 않던 '어머니 표 동그랑땡'이 다시 먹고 싶어요.
■ 김원희ㆍ배우(1972년생)
저희 집은 식구(1남 4녀)가 많아서 어린 시절 설날이 오면 큰집에 가서 세배하고 산소를 찾아가는 게 일이었죠. 요즘은 설이 되면 늘 시댁에 미리 가서 시어머니를 도와 차례상을 준비합니다. 그렇다고 특별히 크게 하는 일은 없어요, 외며느리이긴 하지만 어머니께서 일을 많이 하셔서…. 저는 그냥 집안 분위기를 띄우는 역할을 하죠. 시어머니가 인자하셔서 다행이에요. 스무 살 무렵부터 봐 와서 딸처럼 생각하시죠. 올해가 쥐띠 해라서 너무 반가워요. 큰 기대는 없지만 뭐든지 잘 될 것 같아요. 나이로 봐선 아이를 가져야 되는데, 남편이 올해까지는 일을 하라고 시간을 더 줬어요. 요즘은 살림에 푹 빠져 있어요. 원래 이런 일에 소질이 없는 줄 알았는데, 아닌가 봐요. 여자의 손길이 닿으니까 집안이 안정되는 게 느껴지네요. 모두 무사한 한 해 보내세요.
■ 이상민ㆍ농구선수(1972년생)
초등학교 때부터 농구를 했던 저는 설이면 "많이 먹고 키 커라" "항상 몸 다치지 말고 운동해라"하시던 부모님과 친척들의 덕담이 생각납니다. 그때는 약간 잔소리처럼 들려 썩 기분이 좋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던 것 같지만, 돌이켜보면 지금까지 운동하고 있는 것도 제 앞길을 염려해주시던 그분들의 관심과 사랑 덕분인 것을 새삼스레 깨달아요. 설 추억은 역시 제 키와 관련이 있어요. 명절에나 뵙곤 하던 친척분들은 항상 제 키가 커진 것에 놀라고 대견해 하셨죠. 다만 키가 큰 대신 중량(?)이 조금 덜 나간다고 심히 걱정을 하시던 기억도 납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고맙고 감사하죠. 아이를 둔 가장이 되고 보니, 지금 내 아이들에 대한 사랑 만큼이나 주변 아이들의 미래를 염려해주고 격려하는 말 한 마디가 그들에게는 큰 힘이 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 전광렬ㆍ배우(1960년생)
1980년 TBC(동양방송) 공채 22기로 연기생활을 시작했으니, 연예계에 발을 들어놓은 지 벌써 30년 가까이 됐네요. 여러분들께서 도와주시고 운이 좋아서 좋은 작품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덕분에 가족들과 같이 보내지 못하는 명절이 부지기수였죠. 몇 년 전부터는 거의 촬영장에서 스태프들과 설날을 맞았던 것 같네요. 스태프들과 차례상을 차려놓고 조상님들께 자주 못 찾아 뵌 것을 사죄하곤 합니다. 지면을 빌어 명절을 같이 보내지 못한 가족들에게도 미안하다는 말을 전합니다. 아무쪼록 앞으로는 가족들과 즐거운 추억을 많이 만들기 위해 더 노력하겠습니다. 여러분들도 설 연휴에 즐거운 추억 많이 만드시고, 항상 건강하세요.
■ 한대수ㆍ가수(1948년생)
설날이건 크리스마스건 어렸을 땐 실컷 잠만 잤던 기억밖에 없는 듯하네요. 올해는 세계적으로 평화로운 한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지나친 탐욕도 없는 새해가 됐으면 하고요. 우리가 여러 나라 때문에 힘들었던 쓰라린 과거를 벗어나고. 강대국의 억눌림에서 확실히 벗어나야겠지요. 식민지적인 생각에서 탈피하고, 경제적으로는 물론 정신적인 선진국이 되어야죠. 생후 7개월 된 딸 양호가 건강하길 바랍니다, 우리나라도 ‘양호’해져야죠 하하! 무자년은 쥐처럼 부지런한 한 해가 되길 기원합니다. 모두 부지런하고 건강하세요.
■ 엄앵란ㆍ배우(1936년생)
제 나이가 어느덧 70을 넘겼네요. 호호 할머니가 됐지만 설을 생각하면 어릴 때 할머니께서 손수 지어주시던 색동저고리가 생각납니다. 학교가 끝나자마자 집으로 달려가 입어보던 설빔. 남색 치마에 노란 조끼, 색동저고리가 그렇게 예쁠 수가 없었답니다. 지금 제가 색동저고리를 입으면 노망이 났다고 욕하겠죠. 호호! 제가 7, 8세 때는 먹고 살기가 힘들어서 흰 쌀밥은 명절 때나 먹는 귀한 음식이었죠. 정월 초하루에 하얀 김이 무럭무럭 나는 떡국을 먹을 때면 어린 마음에도 부자가 된 듯한 느낌에 행복했어요. 요즘 젊은이들은 설빔이나 떡국에 대한 그리움을 갖고 있을까요? 작은 것에 감사하고, 사소한 일에도 기쁨을 느끼는 그런 마음이 여러분에게도 있었으면 좋겠어요. 항상 건강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대중문화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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