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 신고는 못했지만… 전사한 남편 곁으로

80세 할머니 '배우자' 인정… 국립묘지 안장 자격

80세 할머니가 소송 끝에 한국전쟁 당시 전사한 남편이 잠든 국립묘지에 함께 안장될 수 있게 됐다.

1946년 결혼한 우모(80) 할머니는 한국전쟁이 터지자 학교 교사였던 남편을 전쟁터로 보내야 했다.

장교로 임관한 남편은 1951년 9월 강원 고성지구 전투에서 전사했고, 우 할머니는 1955년부터 유족연금을 지급받으며 시부모님을 모시고 살아 왔다. 갑작스런 전쟁 탓에 비록 혼인신고는 하지 못했지만 보훈 당국이 우 할머니를 사실상의 ‘전사자 배우자’로 인정, 국가유공자 유족 자격으로 지원해 온 것이다.

그러나 우 할머니는 지난해 국가보훈처로부터 “남편과 법적으로 혼인신고가 돼 있지 않아 국립묘지에는 안장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가슴이 꽉 막힐 것 같던 우 할머니는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도움을 요청했고, 지난해 8월 자신과 남편 사이에 혼인관계가 존재했음을 확인해 달라는 소송을 냈다.

공단 측 변호사는 우 할머니 남편의 전사 확인서와 결혼 생활 당시 마을 주민의 보증서, 남편 형제들의 사실확인서 등을 확보해 법원에 냈고, 우 할머니가 보훈 급여를 받은 증빙 자료도 함께 제출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22단독 전연숙 판사는 “청구인이 1951년 당시 남편과 사실상 혼인관계였음을 확인한다”며 우 할머니에게 승소 판결을 내렸고, 우 할머니는 최근 보훈처로부터 국립묘지 안장 자격을 얻었다.

전성철 기자 foryou@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