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4ㆍ9총선 공천 신청접수 마감일인 5일,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는 서류봉투를 든 신청자들로 하루종일 북적였다.
1일 접수 개시 이후 사흘간 신청자는 80여명에 불과했지만, 전날까지 530명이 접수한 데 이어 이날 하루만 오후 3시 현재 700여명이 몰렸다.
신청자들이 경쟁력 있는 지역구를 고르느라 막판까지 치열한 눈치작전을 폈기 때문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당초 서울 광진을 지역구를 노렸던 고승덕 변호사는 막판에 서초을로 갈아타 공천을 신청했고, 송파을과 병을 저울질하던 비례대표인 나경원 의원은 이날 송파병을 택했다.
한나라당은 이번 지역구 공천 신청자가 모두 1,300여명에 달해 평균 경쟁률이 6대 1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16대 총선 때 724명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숫자이다.
한나라당이 대선에서 승리한 데다 당 지지율도 50%를 넘나드는 상황이라 ‘공천만 받으면 당선 고지가 보인다’는 생각에 공천 신청이 봇물을 이룬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한나라당 강세지역인 수도권과 영남 지역에 신청자가 몰리는 편중현상이 두드러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과거와 달리 비공개 신청이 대폭 줄었다. 한나라당 공천 신청을 당당하게 여기는 분위기였다는 의미다. 당 관계자는 “어제도 밤 11시까지 공천 신청을 받았는데, 오늘은 아마 새벽까지 접수 작업이 계속될 것 같다”며 “실제 신청자 명단이 정리되려면 내일 오전은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청자들은 당사 2층에 마련된 접수창구에 신청서류를 제출한 뒤 기자실과 당사 사무실을 찾아 다니며 명함과 보도자료를 돌리는 등 얼굴 알리기에 바빴다. 당에선 접수창구가 발 디딜 틈도 없자 은행에서 사용하는 번호표 발급기까지 동원했다.
한 신청자는 “접수 시작 시간인 오전 9시보다 10분 먼저 도착했더니 번호표가 170번이었다”며 “이번부터는 제출서류가 21가지나 되는 데다 의정활동계획서까지 요구해 서류 작성에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정치 신인들의 도전도 거셌다. 방송인 유정현(동작갑)씨와 국가대표 유도선수 출신 하형주(부산 사하)씨 등 유명 인사들의 공천 신청이 줄을 이었으며, 홍정욱 전 해럴드미디어 대표도 동작갑에 신청했다.
현역 의원들은 대부분 보좌관을 통해 대리 접수하는 모습이었다.
박근혜 전 대표를 비롯한 유승민, 이혜훈, 김재원 의원 등 친박 인사들은 이날 일제히 공천을 신청했고, 벌금형 전력으로 논란이 됐던 김무성 최고위원도 신청대열에 합류했다.
출마 여부를 놓고 전망이 엇갈렸던 이명박 당선인의 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도 자신의 지역구인 포항남ㆍ울릉으로 공천을 신청, 6선에 도전했다.
세풍사건으로 1년간 옥고를 치른 서상목 전 의원은 이날 강남 갑에 공천을 신청한 뒤 보도자료를 내고 “당내 특정계파의 수장이라고 하여 당규 제3조2항(부패전력자의 공천신청 불허규정)을 수정까지 해 구제해주면서 당을 위해 몸 바친 사람은 계파가 없다고 해서 해당 조항을 기계적으로 적용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접수비용과 함께 받는 특별당비 덕분에 당 살림도 피게 됐다.
한나라당은 공천신청 때 서류 접수비 80만원, 특별당비 180만원 등 1인당 260만원을 받고 있다. 대략 1,300명 정도 접수한다고 가정하면 34억원 정도의 수익을 올리게 된다. 일부 신청자는 특별당비를 내지 않아 접수가 반려되자 거세게 항의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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