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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하이원배 名人戰 - 盤上 10걸 '1억 혈투' 막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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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하이원배 名人戰 - 盤上 10걸 '1억 혈투' 막 오른다

입력
2008.02.05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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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출발이다. 제36기 하이원배 명인전 본선 리그가 다음 주부터 8개월 간에 걸친 대장정을 시작한다. 첫 대국 상대는 ‘돌부처’ 이창호와 ‘쥐띠 전사’ 최원용. 12일 낮 12시부터 한국기원 바둑TV 스튜디오에서 만나 본선 리그 개막전을 펼친다.

지난달 17일부터 시작된 올해 명인전 예선이 4일 모두 끝나 본선 리그 멤버 10명의 명단이 확정됐다. 지난 기 우승자 이세돌과 준우승자 조한승, 리그 3위 목진석 등 시드 배정자에 조훈현 이창호 최명훈 원성진 박정상 강동윤 최원용 등 예선 통과자 7명이 합류했다.

본선 리그 멤버 10명 가운데 무려 7명이 랭킹 10위 이내의 절대 강자들이다. 랭킹 3위 박영훈이 빠져서 약간 아쉽지만 그래도 이처럼 막강한 본선 리그 진용은 아마도 국내 기전 사상 처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게다가 ‘영원한 바둑황제’ 조훈현과 제27기(1996)와 30기(1999) ‘준명인’이었던 최명훈이 모처럼만에 다시 본선 무대에 돌아와 중량감을 더해 준다. 여기에 원성진 강동윤 최원용 등 명인전과 첫 인연을 맺은 패기만만한 신예 강호들이 가세해 50대가 1명, 30대 2명, 20대 6명, 10대 1명 등 세대별로도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저마다 ‘한 칼’이 있는 정상급 기사들이어서 그 누구도 우승을 장담할 수 없다. 객관적인 전력으로는 이세돌과 이창호가 한 뼘쯤 앞선다고 할 수 있겠지만 결코 호락호락한 상대는 아무도 없다. 더욱이 명인전 본선은 10명 풀리그 방식이므로 운이 작용할 여지가 거의 없다. 오직 믿을 것은 자신의 실력 뿐이다. 따라서 명인전 리그에서 9명의 상대를 모두 제압하고 우승을 차지한다면 그야말로 명실상부한 국내 최강으로 자리 매김하게 될 것이다. 제36기 하이원배 명인전 본선 리그 멤버들의 출전 소감을 소개한다.

■ 이세돌 "아직도 배가 고프다"

현재 컨디션은 최상이다. 연초에 삼성화재배서 우승했고 이달 하순에 LG배 결승전이 있지만 아직도 ‘배가 고프다’. 올해는 응씨배 춘란배 등 세계 대회 풍년이므로 큰 타이틀 세 개 정도 욕심이 난다. 결승전에서 이 국수님을 만나 한 수 배우고 싶다.

■ 조한승 "올해는 No.2 탈출"

지난해 명인전에서 아쉽게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다시 한번 꿈을 키우겠다. 그동안 큰 승부에서 여러 차례 뒷심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었는데 올해는 ‘부족한 2%를 꽉 채우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 목진석 "타이틀 '실리' 챙길터"

지난해 연간 최다승 신기록을 수립했다. 승부사로서 대단히 자랑스럽다. 그러나 원익배 십단전에서 또 준우승에 머무는 등 타이틀과는 인연이 없었다. 올해는 반드시 실리도 꼼꼼히 챙기겠다.

■ 조훈현 "내 허락없이 명인없어"

‘황제의 귀환’. 2003년 제34기 이후 5년만이다. 과거 전관왕을 세 번이나 하는 등 무수한 성을 정복했지만 2002년 삼성화재배 이후 정상에 서 본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이젠 머리에 하얗게 서리가 앉았지만 그래도 아직 내 허락 없이는 아무도 명인성에 다가갈 수 없을 것이다.

■ 이창호 "바둑 자체를 즐기겠다"

지난해 건강 악화로 무관 위기에 빠지는 등 어려움을 겪었지만 다행히 하반기 이후 컨디션이 살아났다. 올들어 14연승을 질주하면서 원익배 십단전에서 우승했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하지만 서두르지 않겠다. 그저 바둑 자체를 즐기고 싶다.

■ 최명훈 "6년만의 기회 설레"

그동안 두 번 명인에 도전했다가 쓴잔을 마셨다. 2002년 32기를 끝으로 인연이 없었는데 이번에 다시 본선 무대에 돌아왔다. 모처럼만에 정상급 고수들과 정면 승부를 펼칠 기회를 갖게 돼 가슴이 설렌다. 한 판 한 판 최선을 다하겠다.

■ 원성진 "송아지 친구 몫까지…"

작년말 천원 타이틀을 거머 쥐면서 만년 준우승의 한을 풀었다. ‘송아지 삼총사’가 나란히 예선 결승까지 올랐지만 박영훈과 최철한이 최명훈과 박정상에게 지는 바람에 홀로 본선에 남았다. 친구들의 몫까지 ‘원펀치’에 담아 날리겠다.

■ 박정상 "삭발투혼 지켜보시길"

지난 2006년 후지쯔배 우승의 기쁨이 너무 컸던 것일까. 작년에는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새해를 맞아 마음을 가다듬는 뜻에서 삭발을 했다. 항상 그래왔듯이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나는 더 강해질 것이다. 반드시 정상에 다시 서겠다.

■ 강동윤 "10대의 반란 이룰 것"

유일한 10대다. 예선 결승에서 동갑나기 라이벌 김지석을 제쳤다. 지난해 전자랜드배와 오스람배에서 우승했고 한국바둑리그에서도 13승1패를 기록하는 등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하지만 속기에만 강한 게 아니라는 걸 확실히 보여 주겠다.

■ 최원용 "복서처럼 상대 대할터"

예선 3회전에서 한상훈에게 반집 역전승을 거둔 게 행운이었다. 명인전 본선에 오르면서 한 달 만에 랭킹이 44위에서 34위로 껑충 뛰어 올랐다. 프로기사로는 특이하게 권투가 취미다. 누구에게라도 카운터블로를 날릴 준비가 돼 있다.

박영철 객원 기자 indra036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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