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셔널캐피털(옵셔널벤처스의 후신)의 소액주주들이 옵셔널벤처스 주가조작 및 횡령 혐의로 구속기소된 전 BBK대표 김경준(42)씨를 상대로 미국 법원에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승소했다. 미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일련의 옵셔널벤처스 횡령 및 사기사건 소송에서 김씨의 혐의가 인정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4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소재 연방법원은 옵셔널캐피털 소액주주들이 김씨와 그 가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김씨 등의 횡령 및 사기 혐의를 인정, 김씨와 가족에게 횡령금 371억원과 사기로 인한 피해 292억원(3,100만 달러) 등 663억원을 배상하라고 평결했다. 소액주주들은 김씨가 2001년 말 회사자금을 빼돌려 미국으로 도주하자 2004년 6월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 약 4년 만에 1심 판결을 받아냈다.
평결 직후 김씨 측 변호인은 “즉시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5일 특검팀에 소환된 김씨는 패소 소식에 대해 “횡령에 대해서는 지난해 3월 (민사소송에서) 이겼기 때문에…”라며 말끝을 흐렸다.
미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옵셔널벤처스 관련 소송은 모두 4건이다. 연방정부가 제기한 김씨 재산몰수 소송 및 다스의 투자금 반환 소송의 1심은 지난해 모두 김씨 측의 승소로 결론났다. 이날 소액주주들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김씨 측이 패소함에 따라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측이 제기한 Lke 투자금 반환 소송의 결론도 주목되고 있다.
이 당선인의 옵셔널벤처스 사건 연루 의혹을 수사 중인 ‘이명박 의혹’ 특검팀은 이날 미국 법원의 판결에 대해 “특검 수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자료를 받아 검토해 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소액주주들이 김씨 및 가족들의 횡령 및 사기로 인한 손해만 청구하고 이 당선인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고 판단, 별도의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않은 점 등으로 미뤄 이번 판결이 특검 수사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도 지난해 옵셔널벤처스 주가조작 및 횡령 사건을 김씨의 단독 범행으로 결론지은 만큼 특검이 이 당선인의 연루 혐의를 밝혀내지 않는 한 국내에서도 옵셔널벤처스 사건과 관련한 소액주주 등의 손해배상 청구 대상은 김씨로 국한될 전망이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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