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잡아 4,000만명이 이동할 것으로 보이는 설 연휴는 민심이 버무려지는 기간이다.
물가는 뛰고 주식은 폭락하는 빡빡한 경제 상황에 한숨부터 앞서지만 가족끼리 오가는 정담(情談) 끝엔 정담(政談)이 따라붙기 마련이다. 설 쇠러온 가족과 친구들끼리 모여 앉아 나눈 정담은 곧 설 이후 민심의 향배가 될 것이다.
두달 앞으로 다가온 총선은 단연 설날 얘기상 차림의 주 메뉴가 될 터. “새로 뽑은 대통령이 일하려면 한나라당이 안정의석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과 “권력과 거대 여당에 대한 견제는 필요한 만큼 대통합민주신당 등 야당도 찍어줘야 한다”는 반론이 팽팽히 맞설 것이다.이른바 안정론 대 견제론이다. 총선 얘기는 지역구 의원에 대한 평가로 이어지고, 곧장‘물갈이’얘기로 직행할 것이다.
17대 총선에선 40%나 물갈이 했던 한나라당이지만 이번에는 물갈이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있다. “한나라당 지지도가 높다 보니 의원들이 어떻게든 또 나가려는 것”이란 분석에 “그렇게 되면 유권자들에게 오만하게 비칠 것”이란 비판이 뒤섞일 것이다. 신당의 호남 물갈이 향배도 관심사다.
신당이 기사회생 하려면 텃밭 호남에서 공천혁명을 이뤄내 바람을 북상시켜야 한다는 게 신당 지도부 생각이지만, 자칫 당 내홍으로 번져갈 공산도 있다. 설 민심의 갑론을박의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지 지켜볼 일이다.
그러다 보면 한나라당내 공천 갈등도 한 테마가 될 것 같다. 당규 해석을 둘러싼 양측 갈등은 어렵사리 봉합 됐지만 이명박 당선인측과 박근혜 전 대표측간 갈등은 잠재한다.
이번 총선에서 이회창 총재의 자유선진당이 1996년 총선에서 바람몰이를 했던 자민련이 될지, 2000년 총선에서 찻잔 속 태풍에 그친 민국당이 될지도 관심사다. 종북주의(從北主義) 청산을 둘러싼 민노당내 평등파와 자주파간 내분도 입방아에 오를 것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활동도 얘깃거리다.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금융산업 분리 완화 등 인수위의 의욕적 정책 추진에 대한 긍정 평가도 적지 않다.
하지만 영어몰입교육으로 대표되는 오락가락 행태는 도마에 오를 각오를 단단히 해야할 것 같다. 유류세와 통신비 인하 등 서민생활과 직결된 정책들이 잇달아 후퇴한 데 대한 원망도 줄을 서 있다. “조급증에 의욕 과잉으로 빚어진 장밋빛 정책의 남발이 국민의 헛배만 부르게 했다”는 화살이 쏟아질 것 같다.
인수위가 마련한 정부조직 개편안의 국회 통과도 관심거리다. “정부부처를 슬림화 한 것은 잘했는데 통일부를 없앤 건 문제”라는 지적부터 “노무현 대통령이나 여당이 새정부 발목 잡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얘기까지 논란이 만발할 것 같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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