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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 20년 연기내공 폭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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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 20년 연기내공 폭발하다

입력
2008.02.04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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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짱] 영화 '추격자' 첫 주연 김윤석뛰고 또 뛰고… 스태프들이 더 고생시사회 보니 표정 살아있어 좋았다내 진짜 모습은 털털한 '옆집아저씨'아쉬움? 자기 연기에 만족은 없다

배우 김윤석은 근래 가장 빛을 발하는 남자 배우다. 꽤 많은 영화팬들이 김윤석의 이름을 알겠지만 또 어떤 이들에게는 아직 낯선 이름일 수도 있다. 하지만 영화 <타짜> 의 아귀라고 하면 대부분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함께 연극판에서 활동했던 송강호 설경구 유해진에 비해 유명세는 다소 늦었지만 최근 몇 해간 그가 보여주는 연기력은 놀랍다. 2006년 <타짜> (감독 최동훈ㆍ제작 싸이더스FNH)에서는 야비한 도박꾼 아귀 역할로, 2007년 <즐거운 인생> (감독 이준익ㆍ제작 영화사 아침)에서는 아이들 교육에 찌든 가장이면서 베이스 연주를 직접 해내는 밴드 일원으로 열연했다.

14일 개봉되는 <추격자> (감독 나홍진ㆍ제작 영화사 비단길)에서 비리를 저질러 퇴직한 전직 경찰이자 보도방 사장 역할로 또 한 번 변신을 꾀했다. <추격자> 에서 그는 사투리와 상소리를 입에 달고 살며 걸핏하면 주먹질을 한다. 그러면서도 한 구석에 따뜻한 마음을 간직한 인물이다. 달리기와 액션까지 제대로 소화했다.

지난 1988년 연극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로 데뷔한 지 20년, 불혹의 마흔을 갓 넘은 그의 연기력이 끊임없이 진화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그는 “철저한 준비”라고 밖에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준비에는 어쩌면 연기가 재미없다며 떠나 있던 시간까지 포함될지도 모르겠다. 평소에는 골프채 한 번 잡아본 일이 없는 “옆집 아저씨”라고 스스로 밝힌 그는 진지했지만 결코 잘난 체 하며 자신을 포장하지는 않았다.

▲시사회를 통해 <추격자> 를 잘 봤다. 뛰고, 또 뛰던데. 달린 시간을 다 합하면 정말 길 것 같다.

=20일은 되지 않을까. 나보다도 무거운 장비를 들고 같이 뛰느라 스태프가 정말 고생 많았다. 큰 화면으로 봤더니 피로에 지친 표정이 살아 좋았다.

▲<추격자> 의 중호 역을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설명이 별로 없이 간결하지만 살아 있는 대화가 좋았다. 오랜 시간 정성 들여 썼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감독님을 만나보고 대화를 나눈 뒤 확신을 느꼈다.

▲마음에 든 대사는 무엇이었나.

=“야! 4885,너지?” 중호가 처음 연쇄살인마 영민을 마주쳤을 때. 재미있었다. 정보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그 숫자만이 가장 적확한 정보였다. 우리가 흔히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열어보며) “7691이 누구지?” 이러지 않나. 그런 느낌도 나고.

▲끔찍한 살인마이지만 바로 우리 곁에 익명성이라는 이유로 존재한다는 느낌이라 섬뜩했다. 그나저나 지난해 <즐거운 인생> 에 이어 또 다시 변신했는데.

=보는 이는 ‘변신’이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배우는 내 속의 것을 끄집어 내 보여주는 것이다.

▲영민 역의 하정우와는 전부터 안면이 있었던가.

=처음이다. 그 전에 하정우의 영화 <시간> <숨>> <용서받지 못한 자> ,드라마 <히트> 를 보고 좋아하고 있었다. 누굴까,저렇게 섬세하고 감수성이 예민한 배우가. 하정우도 나를 좋게 보고 있었고. 친하게 지냈다.

▲이야기상으로는 친하면 안 되지 않을까 싶은데? 연쇄살인마와 추격자가 친하다니.

=그렇게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육체를 부딪혀야 하니까 살갑지 않을 수 없었다. 치고 박고 해야 하니까. 70% 정도 즉흥적으로 액션을 했다. 서로 합(배우들끼리 액션의 동선을 미리 정하는 것)을 맞춰 하려면 신뢰감이 필수적이다.

▲액션 장면이 꽤 많은데 부상은 없었나.

=초긴장 상태로 2~3mm 가까이만 가져다 댄다. 그래서 신뢰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부상은 없었다. 하정우가 뛰어 도망가다 미끄러진 일은 있지만, 둘이 싸우다 다친 적은 없었다. 이 영화는 모두가 움직이지 않은 장면이 없었다. 그래서 스태프의 승리라고 생각한다.

▲배우가 욕심을 버렸기 때문일까?

=욕심이라는 단어는 떠오르지 않았다. 오히려 감독님이 너무 멋있으면 NG를 외쳤으니까. 애드리브는 거의 없었지만 모든 장면을 50%의 유동성을 가지고 촬영했기에 그렇게 생생한 장면이 나온 것이라고 본다.

▲밤에 촬영하다 보니 주민들의 민원도 많았을 텐데.

=맞다. 수건을 돌리고 양해를 구했다. 오히려 팬이라면서 모과차를 보온병에 담아와 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즐거운 인생> 의 순하고 피곤한 가장과 <추격자> 의 보도방 사장 모두 잘 어울린다. 진짜 모습은 어떨까.

=베이스 연주는 한달반 후에 크랭크인 해야 하니까 열심히 했지(웃음). 기타 한 번 안 쳐 봤었는데. 아마 취미로 하라면 못했을 거다. 욱하는 성격이 없는 이는 없지 않나. 평소에는 털털한 옆집 아저씨다.

▲미진(서영희)이의 아이가 나오는데 감정적으로 힘들지 않았나.

=야박한 놈이 갑자기 개과천선한다는 식으로 가고 싶지 않았다. 약간의 흔들림 정도만 주려고 했다.

▲연기 생활이 20년 가까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 돌아보면 어떤 부분이 가장 아쉬웠나.

=모든 게 다 아쉽다.

▲너무 겸손한 답 아닌가.

=그렇지 않다. 자기 연기에 100% 만족하기는 어렵다. 모든 배우가 다 그렇다. 사석에서 다들 그렇게 이야기한다. ‘아,그 장면 시간이 없어서 아쉬웠다’ ‘왜 연기를 그렇게 했지’ 그게 배우다.

▲이번 작품은 개봉 전부터 평이 좋은데 아쉬운 점이 있나.

=아쉬운 일은 아니지만 (시간) 순서대로 못 찍었다. 그러나 1박2일 안에 일어나는 일을 담아야 해서 연결과 연결을 매끄럽게 하기 위해 철저한 준비를 해야 했다. 달리는 동네가 한 곳 같지만 몇 군데에서 달린 뒤 편집한 것이다. 달리다 서울의 사람살이를 보게 됐다. 안이 보이지 않을 만큼 담이 높은 곳도 있고 고층 아파트,다세대주택,달동네까지 다채로운 모습이 공존해있다. 그리고 그 곳에서 끔찍한 살인이 일어난다.

▲가끔 동네 전체를 풀샷으로 잡거나 십자가를 클로즈업한 장면이 설명 없이도 사람 사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되더라. 평소에는 어떻게 사나.

=일산에 산다. 시간 나면 세살, 여섯살 두 딸과 논다. 골프채를 잡아본 일도 없고 등산도 안 가지만 동네 웬만한 곳은 걸어 다닌다.

▲술은 좋아하나.

=이 바닥에서 어쩔 수 없지 않나. 친분도 기르고 때로는 작품 이야기도 오가니까. 하하.

▲처음 연기를 시작한 계기는.

=학교 극예술연구회 동아리에서 모두 함께 연습하는 모습이 보기 좋아서 시작했다.

▲혹시 미남이라고 생각해서는 아닌지?

=그냥, 나 답게 생겨서 좋다.

▲김윤석이라는 이름 석자를 본격적으로 알린 것은 <타짜> 라고 볼 수 있을 텐데.

=연기를 포기한 적도 있었다. 20대 후반에 “재미없다”며 4~5년간 놀았다. 1999년 연극을 다시 시작했다. 일부에 잘못 알려져 있듯 극단 대표를 한 적은 없다.

▲결국 다시 연기를 하게 된 것을 보면 운명적인 것 같다. 하지만 연기를 하지 않았다면 무엇을 했을까.

=하하! 뻔한 질문이다. 뭐, 회사는 안 다녔을 것 같다. 자영업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추격자> 이후에는 어떤 작품으로 관객을 놀라게 할지 궁금한데.< p>

=다른 시나리오는 <추격자> 개봉되고 읽겠다고 했다. 내 스스로 볼 여유가 없다. 어떤 역이든 상관은 없다. 다만 좋은 시나리오를 만나는 것이 최우선이다.

▲새해 소망은.

=내가 사랑하는 이들이 다 건강했으면 좋겠다.

스포츠한국 이재원기자 jjstar@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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