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3사 음악프로 12개뿐… TV무대 의존은 '시대착오''거리의 디바'서 미국 진출한 임정희 등 모델 삼아야
‘무대의 지평을 넓혀라’
2008년에도 가요 시장은 여전히 ‘우울 모드’다. 오프라인의 음악 시장이 꽁꽁 얼어붙으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음원 수입들만이 불황을 타개해줄 해결책으로 부상하고 있다. 불황을 넘어서기 위해서 대중과의 대화도 필요하다. 왜 가요계가 어렵고 고된지 알릴 필요도 있다. 가수들의 설 자리가 점점 더 좁아지면서 대중과 소통할 기회조차 상실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스포츠한국은 2008년 신년기획으로 침체에 빠진 가요계의 생존방안으로 ‘빅 3에게서 배워라’ ‘CD의 틀을 깨라’에 이어 그 세 번째 이야기로 ‘무대의 지평을 넓혀라’로 음악계의 생존 전략을 모색했다.
#음악 프로 쿼터제라도 마련해야 하나
스크린 쿼터제는 국산영화 의무상영제로 일정 기간 자국의 영화를 의무적으로 상영하도록 하는 제도다. 1년에 146일을 한국 영화 상영을 의무화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서면서 대형 자본 등이 영화 산업계에 유입되면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못지 않은 영화들, 즉 질 높은 육성됐다. 그러면서 스크린 쿼터제에 대한 회의론이 대두됐고, 현재는 1년에 146일에서 73일로 절반이 줄어들었다. 스크린 쿼터가 줄기는 했지만 이 모든 것이 한국 영화의 발전으로 인한 것이니 그리 안타까워할 일만도 아니다. 한국 영화가 스크린 쿼터제로 불황을 타개했듯, 음반 시장에서도 음악 프로그램 쿼터제를 제안하고 있다. 한 달이나 1년 간격으로 가수들이 설 수 있는 자리를 보장해 달라는 의미다.
KBS의 경우 두 개의 채널로 7개의 음악 관련 프로그램을 방송하고 있다. KBS 1TV <가요무대> <열린음악회> <전국노래자랑> <콘서트 7080> , KBS 2TV <뮤직뱅크>> <도전주부가요스타> <윤도현의 러브레터> 등이다. MBC는 <쇼!음악중심> , SBS는 <인기가요> <음악공간> <도전 1000곡> 등이 방송된다. 총 12개의 음악 관련 프로그램이 방송되고 있다. 하지만 12개의 프로그램은 수많은 가수들을 받아들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그러기에 음악 프로그램 쿼터제라는 말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도전> 음악공간> 인기가요> 쇼!음악중심> 윤도현의> 도전주부가요스타> 뮤직뱅크>> 콘서트> 전국노래자랑> 열린음악회> 가요무대>
방송계에서는 ‘어불성설’이라는 반응이다. 방송이 음악 시장의 불황을 타개해 주기 위해 그들을 위한 방송을 만들어 준다는 것은 ‘집단 이기주의’라는 의미다. KBS의 한 고위 관계자는 “순수 예술을 위한 프로그램도 턱없이 부족하다. KBS는 각 연령층을 대표하는 음악 프로그램들이 있기 때문에 연극, 뮤지컬, 무용 등 순수 예술을 위한 프로그램보다는 많다고 본다. 이제는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창구는 많다. 그렇기 때문에 TV에서 해결책을 본다는 것은 상황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좁은 문을 열고 밖으로 뛰어 나와라.
얼마전 미국 진출이라는 큰 뜻을 담고 일시 귀국해 활동했던 가수 임정희. 임정희는 지난 2005년 데뷔한 이후 1년 동안 100여 차례의 거리 공연을 가진 가수로도 유명하다. 임정희는 방송이나 콘서트 등이 아닌 대학로나 홍대 등 거리의 자그마한 공연을 통해 ‘거리의 디바’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임정희는 그렇게 1년 동안 거리 공연을 통해 성장했다. 이는 미국 진출을 할 수 있었던 토대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임정희는 지난 연말 데뷔한 이래 2년 만에 정식 공연장에서 콘서트를 여는 감격을 누렸다. 임정희는 눈물까지 보이며 그 순간을 기뻐했다. 작곡가이자 제작자인 방시혁 대표는 “임정희가 미국 진출의 기회까지 얻으며 감히 성공의 말판을 다질 수 있었던 것은 욕심을 버렸기 때문이다. 요새 가수의 꿈을 가진 친구들은 진정한 음악인으로 남으려고 하기보다는 대형 가수로 첫 발을 내딛으려고 한다. 무대가 좁다는 불평보다는 작고 보잘 것 없는 무대를 꾸밀 줄 아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좁은 TV 화면을 뛰쳐나와 넓은 거리로 나선 것이 임정희의 성공 전략이라 하겠다.
꽃미남 원조 가수 김원준도 요새 홍대 클럽에서 자주 볼 수 있다. 그는 지난 2006년 베일이라는 밴드 그룹으로 활동하며 클럽에서 꾸준히 음악 활동을 하고 있다. 90년대 인기스타로서 언더에서 활동하기란 쉽지 않다. 베일의 소속사측은 “가수들이 설 무대가 좁다는 것은 핑계일 수 있다. TV에 자꾸 얼굴 미쳐야 대중들이 인지하기는 쉽다. 하지만 그의 음악까지 인지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작은 무대라도 참여할 의지만 있다면 설 자리는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가수 길건도 최근 밴드 그룹 Gun’s & Girls를 결성하고 홍대 클럽에서 공연 중이다. 길건은 밴드를 결성한 이유를 진정한 음악인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좁은 TV 화면에서 보여진 섹시한 매력이 대중의 시야를 가려 음악을 제대로 선보이지 못했다는 뜻이다. 길건은 대중과 직접 호흡할 수 있는 무대를 택했다. 좁든 넓든 상관하지 않고 무대에 오르는 것이 목표다. 가수 김장훈도 소극장 공연을 통해 대중에게 알려진 스타가 아닌가.
이렇듯 가수들이나 음반 제작자가 마음만 굳게 먹으면 언제든지 무대의 활로는 열려 있다. 숟가락이나 젓가락의 탓만 할 것이 아니라 자그마한 공연이라도 장기적인 전략으로 매진한다면 대중의 눈과 귀는 반응할 것이다.
스포츠한국 강은영기자 kiss@sportshankoo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