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했듯, 오늘이 마지막 길 위의 이야기입니다. 오래 전부터 마지막 길 위의 이야기엔 무엇을 쓸까, 곰곰 고민했는데, 정작 오늘이 되고 나니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군요.
일 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모자란 생각과 문장을 차근차근 읽어주신, 그리고 격려해준 많은 분들께 고개 숙여 인사드립니다. 실수도 많았지만, 그런 실수마저 온전히 다 드러내는 것이 제가 해야 할 일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예전부터 그런 생각을 하며 살았습니다. 소설가이기 때문에 소설을 쓰는 것이 아니라, 소설을 쓰기 때문에 소설가라는 생각 말입니다. 그건 비단 소설가뿐 아니라, 노동자나 기자, 정치인이나 아버지, 요리사에게도 모두 해당되는 일이지요. 기자이기 때문에 기사를 쓰는 것이 아니라, 기사를 쓰기 때문에 기자인 것이지요.
그런 생각을 할 때면 허리가 꼿꼿해질 정도로, 글이라는 것이 두렵고 무서워졌습니다. 글이라는 것으로, 문장이란 것으로, 어찌 감히 길을, 세상을, 삶을 다 보여주고 해석할 수 있을까요? 오만이고, 치기가 아닐까, 반문도 많이 해보았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그것을 끝까지 밀고 나아가는 것이, 그 과정이 바로 삶이고, 길이지 아닐까, 혼자 조용히 중얼거리곤 합니다. 어딘가에서 또 뵙겠지요. 우리는 모두 길 위에 서 있는 사람들이니까요. 그때까지 모두 강건하시길 바랍니다.
소설가 이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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