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272명, 신분 속여 징계 면해
충북도청 공무원 A씨는 2006년말 부서 송년회에서 소주를 마신 뒤 운전대를 잡았다가 음주 단속에 걸렸다. 면허 취소 처분을 받게 된 그는 경찰조사 과정에서 직업란에 ‘자영업’이라 적었다. 징계를 받을까 봐 공무원 신분을 감춘 것이다.
이렇게 A씨처럼 충북도내에서 음주운전 단속에 걸리고도 신분을 속여 징계를 면한 공무원이 최근 2년 동안 272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충북도에 따르면 행정자치부는 2005년부터 2007년 2월까지 경찰의 음주운전 단속에 걸린 뒤 신분을 속여 소속 기관의 징계를 피한 충북지역 공무원 272명의 명단을 최근 통보해왔다.
이 가운데 혈중 알코올농도가 0.1% 이상으로 면허 취소에 해당됐던 공무원이 100명이고, 면허 정지 대상인 혈중 알코올농도 0.05% 이상인 공무원이 172명이었다.
기관별로는 도 소속 공무원이 56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청주시 41명, 충주시, 괴산군 각 27명, 보은, 진천군 각 19명, 제천시 청원군 각 14명, 영동, 음성군 각 13명, 옥천군 12명, 단양군 4명 등이다. 충북도는 이들 가운데 면허 취소에 해당되는 공무원 44명에 대해서는 경징계 처분하고, 면허정지 해당자 및 징계시효(2년) 경과자 228명은 훈계키로 했다.
도 관계자는 “앞으로 징계를 면하려고 신분을 속이는 음주 공무원에 대해서는 가중 처분을 내릴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충북도는 공무원 음주 운전을 뿌리뽑기 위해 음주 운전 공무원의 처벌 수위를 대폭 강화하는 내부 규정을 마련, 올 1월부터 시행중이다. 새 규정에 따르면 면허취소 처분을 받은 공무원은 1차로 경징계를 내리지만 2번 적발되면 해임 또는 파면 등 중징계를 한다.
면허정지를 받은 공무원도 처음에는 훈계에 그치지만 2차, 3차 적발 때는 인사위원회에 회부해 각각 경징계, 중징계 처분을 내린다. 또 음주 운전자 차량 동승자에 대해서도 음주 운전을 적극 만류하지 않은 책임을 물어 함께 문책하고, 해당 공무원이 소속된 부서의 직원 전원은 음주운전 예방 캠페인 등 5시간 동안 봉사활동을 이행토록 하는 연대책임을 묻는다.
아울러 음주 운전자는 징계외에도 근무 평정 감점, 5년간 표창 추천 및 모범 공무원 선정 대상 제외, 모범 공무원 수당 지급 중지 등 인사와 재정상 불이익도 받는다.
청주=한덕동 기자 dd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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