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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연구원 실종 100일… 감쪽같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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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연구원 실종 100일… 감쪽같이 사라졌다?

입력
2008.02.04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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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우리 아들 응우옌을 찾아 주세요.”

한밤중에 충남대 연구실에서 베트남 연구원 응우옌 트룽 탄(29)씨가 감쪽같이 사라진 지 5일로 100일을 맞지만 사건은 여전히 미궁에 빠져있다. 베트남에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부모는 온 가족이 모이는 최대의 명절 설을 앞두고 가슴이 새까맣게 타 들어 가고 있지만 경찰은 단서 하나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응우옌씨는 지난해 9월 충남대에서 나노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모교인 하노이대학 교수로 임용이 확정된 상태였다.

응우옌 씨가 사라진 것은 지난해 10월 28일 밤 대전 유성구 궁동 충남대 산학연구동에서다. 그는 학교 근처 자취방에서 베트남 동료연구원들과 저녁을 먹고 밤 10시 5분께 산학연구동 5층에 있는 자신의 연구실로 들어갔다. 20분쯤 뒤 동료 웬반위(28) 씨가 그의 연구실에 갔으나 노트북만 켜져 있고 자리에 없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돌아왔다.

이튿날 새벽 2시 평소 퇴근시간에 맞춰 웬반위 씨는 다시 응우옌 씨의 연구실에 가봤지만 그는 없었다. 책상에는 노트북이 켜져 있었고 점퍼도 그냥 있었다.

다음날인 30일 아침까지도 응우옌 씨가 귀가하지 않자 동료연구원들은 30일 실종신고를 했다.

경찰과 충남대는 학교 안팎을 샅샅이 수색하고 응우옌 씨의 사진을 실은 전단 1,000여장을 뿌렸지만 그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경찰조사 결과 그는 동료연구원들과 산학연구동에 들어가는 장면이 현관의 폐쇄회로TV에 찍혔지만 건물에서 나오는 장면은 없었다. 이 건물에는 평소 사용하지 않아 잠가놓는 뒷문이 있는데 이날은 반쯤 열어 놓아 뒷문으로 나갔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그가 왜 점퍼와 소지품도 챙기지 않고 심야에 뒷문으로 사라졌는지는 의문이다.

레두안 뚜(30)씨 등 동료연구원들은 “응우옌은 하노이대 교수로 가게 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했으며 스스로 잠적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사고와 납치 등 범죄의 피해를 입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경찰견까지 데리고 9층 건물인 산학연구동을 3차례나 샅샅이 수색했으나 단서를 발견하지 못했다. 또 과학수사기법을 동원, 연구실과 화장실 등 곳곳에서 혈흔반응을 실시하고 반항흔적을 찾았지만 성과가 없었다. 수사 관계자는 “원한이나 채무 등 범죄에 연루될 만한 점이 전혀 없고 그렇다고 스스로 잠적할 이유도 없다”며 “특이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하노이대 교수 월급이 30만원에 불과해 응우옌 씨가 국내에서 일하기 위해 잠적했을 가능성을 거론했다. 그러나 지도교수인 충남대 김철기 교수는 “하노이대 교수로 임용될 때 한국이나 일본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일할 기회를 보장 받았기 때문에 그럴 이유가 없다”고 일축했다.

베트남 동료연구원들은 베트남 유학생 카페에 친구를 찾는 호소문을 계속 올리고 있지만 그를 봤다는 제보는 아직 없다. 이들은 “응우옌의 부모님이 건강이 안 좋아 한국에 오지 못했지만 통화할 때마다 아들을 찾아달라며 울어 마음이 아프다”며 “한국경찰과 국민들이 포기하지 않고 친구를 찾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사건은 베트남 현지언론에도 여러 차례 보도될 정도로 관심이 컸으며 주한 베트남 대사관 관계자도 3차례나 대전을 방문, 경찰에 철저한 수사를 부탁했다. 한편 응우옌 씨의 여권은 이달 29일로 만료된다.

대전=전성우 기자 swch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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