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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삼성重 부회장 산업훈장 달고 특검 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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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삼성重 부회장 산업훈장 달고 특검 출석

입력
2008.02.04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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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전 10시5분께 서울 용산구 한남동 조준웅 삼성 특별검사팀이 입주한 건물 2층 로비로 중절모를 쓴 한복 두루마기 차림의 60대 남성이 “좀 늦었네”라며 황급히 들어섰다. 이 남성의 가슴과 목에는 마치 참전용사들이 하듯 황금색 훈장이 달려 있었다.

여느 삼성 관련 소환자들이 인상을 찌푸리거나 손으로 얼굴을 가리는 것과 달리 이 남성은 10여명의 취재기자들을 보자 당당한 표정을 지으며 “이명박 특검하고 삼성 특검하고 어느 게 중요해?”“당연히 국운이 달린 게 중요하지. (이명박 특검 안가고) 왜 여기 있는겨”라며 먼저 관심을 나타냈다.

평소 소환 대상자를 따라 붙으며 면면을 살피던 취재기자들은 이 남성의 독특한 행색 때문에 “어르신 어디 찾아 오셨어요? 댁이 어디세요?”라며 이 남성을 특검 수사에 불만을 품고 항의하러 온 일반인이거나 특정 장소를 잘못 찾은 사람으로 취급했다. 하지만 이 남성은 기자들 태도에 개의치 않는다는 듯 “조사 받으러 왔지. 사진 잘 나오게 찍어줘”라고 말했고, 기자들은 이 엉뚱한 인물의 출현에 황당해 했다.

그 사이, 못내 섭섭함을 느낀 건 60대 남성이었다. 그는 “허허, 나 이해규야”라며 들고 있던 참고인 소환장을 기자들에게 펼쳐보였다. 그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8층 특검 사무실로 홀연히 사라진 뒤에야 취재기자들은 땅을 치며 허탈해 했다.

60대 남성은 이해규(68) 전 삼성중공업 부회장이었다. 그는 마산상고와 서울대(행정학과)를 졸업한 뒤 삼성전자 상무, 삼성정밀 전무, 삼성항공 부사장 등을 거쳐 1993년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2001년 삼성중공업 부회장 등을 역임한 핵심 소환자다. 착용하고 있던 훈장은 1999년에 받은 ‘제26회 상공의 날 금탑산업훈장’과 노르웨이 경제ㆍ산업발전 등에 기여한 공로로 2001년 노르웨이 왕실으로부터 받은 것이었다.

이 전 부회장에 대해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매우 신중하고 꼼꼼한 분으로, 인문계 출신이면서도 조선업에 해박했다”며 “현업에 계실 때 본인 홍보를 금기시 할 만큼 자기관리에 엄격한 분이었는데, 특검에 출석할 때 왜 그런 모습으로 나가셨는지 이유는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 전 부회장은 특검팀에서 차명계좌와 관련해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특검팀은 이날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가 운영하다 실패한 ‘e삼성’사업과 관련, e삼성 대표를 지낸 신모(50) 삼성카드 전무를 소환 참고인 조사를 하는 등 총 6명의 삼성 전ㆍ현직 임원과 실무자를 소환해 차명계좌 및 비자금 조성,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 등을 조사했다.

박관규 기자 qoo7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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