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수요 적다고 개업 꺼려 … "국선 변호인·로스쿨 배정해달라"
전남도내 일선 지차제 중 전체 80% 가량이 변호사가 전무해 법률 서비스 강화 등 제도적 장치가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4일 광주지방변호사회와 일선 시ㆍ군에 따르면 전남지역 22개 시ㆍ군 중 변호사가 한명도 없는 곳이 전체 80% 가량인 17곳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장흥지역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판사는 있는데 변호사는 없는 ‘유판무변촌(有判無辯村)’이다.
더욱이 현재 광주ㆍ전남에서 활동중인 변호사는 광주 159명, 전남 55명 등 모두 214명으로 전국(8,138명)의 2.6%에 불과하다. 전남 지역 22개 시ㆍ군 가운데 변호사가 있는 곳은 순천시(33명), 목포시(15명), 해남군(5명), 광양시(1명), 여수시(1명) 등 5곳에 그치고 있다.
최근 들어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의 지역배분 논의로 전국이 떠들썩한 가운데 전체 변호사의 71%가 서울지역에 편중돼 법률시장의 심각한 불균형 현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 때문에 변호사가 없는 무변촌 지역민들은 경찰 수사과정에서부터 용의자(피의자)신분이 됐을 때 변호인 입회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등 일상적인 법률서비스 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이들 지역 주민들은 인근 시ㆍ군이나 광주를 오가며 송사를 진행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하는 등 극심한 불편을 겪고 있다.
자영업을 하는 박모(54ㆍ전남 영광)씨는 “지난해 10월 동네에서 농산물 절도 사건이 발생, 마을 사람들이 조사를 받을 때 지역에 변호사가 없어 1시간 걸리는 인근 도시로 가야 하는 등 고충이 컸다 ”고 불만을 토로했다.
변호사들이 이들 시ㆍ군을 기피하는 것은 소송 등 법률수요가 많지 않아 경제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변호사들은 사건 수도 많지 않은데다 그나마도 대부분이 소액사건이거나 벌금 20만원이하의 가벼운 범죄 관련 형사사건이어서 수지를 맞추기가 힘들어 대도시로 이동한다는 것이다. 간혹 이 지역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법조계 출신 입지자들이 법률사무소를 열기는 하지만 이마저 선거가 끝나면 부리나케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철새 영업’만 성업한다고 주민들은 전했다.
이에 따라 전남지역에 로스쿨 대학을 유치해, 많은 전문 인력을 유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목포에서 활동하는 김홍길 변호사는 “지역균형과 법률서비스 확대차원에서 로스쿨대학을 지역에 많이 배정해 줘야 한다”며 “로스쿨제도를 도입한 만큼 졸업생들이 무변촌 지역에서 변론을 의무화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광주 변호사회 관계자는 “법률서비스에서 소외된 지역민을 위해 변호사 개인에게 부담을 전가하면서까지 개업을 종용할 수는 없다”며 “다만 국선변호인을 농촌지역에 배치하는 등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목포=박경우 기자 gwpar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