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비아 대선에서 친 서방 개혁주의자인 보리스 타디치 현 대통령이 친 러시아 성향의 강경 민족주의 후보를 누르고 재선에 성공했다. 서방과 러시아의 대리전격 선거에서 서방파가 승리함으로써 세르비아의 유럽연합(EU) 가입에 탄력이 붙게 됐다. 코소보 독립 문제도 타협의 여지가 생겼다는 평가다.
3일 실시된 세르비아 대선 결선투표에서 민주당(DS) 소속의 타디치 후보는 절반 이상 개표가 진행된 상황에서 51%의 득표율을 기록, 급진당을 이끌어온 토미슬라브 니콜리치 후보(47%)를 누르고 승리를 확정지었다.
타디치는 지난달 20일 실시된 1차 투표에서 35%를 득표, 40%를 얻은 니콜리치에 패해 2위를 기록했었다. 두 후보는 2004년 대선 당시에도 똑같이 결선투표에서 맞붙어 타디치가 간발의 차이로 승리했다.
5년 임기의 대통령에 재선된 타디치는 오랜 내전에 지친 세르비아의 살 길은 친서방 개혁이란 신념으로 유럽연합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을 추진해온 대표적 친서방 정치인이다.
베오그라드 대학에서 심리학을 공부한 그는 공산주의 시절 반체제 운동을 했던 부친의 영향을 받아 1990년 민주당(DS)에 가입, 밀로셰비치 정권에 대항하며 정치인의 길을 걸었다. 2000년 밀로셰비치가 축출된 뒤 통신장관, 국방장관 등을 지내며 정치 전면에 나섰다.
이번 선거에서 코소보 독립을 지지하는 EU에 반기를 들고 친 러시아 노선을 주장해온 니콜리치 후보를 누르고 타디치가 재선에서 성공함으로써 일단 EU 가입의 최대 걸림돌은 제거된 셈이다.
EU 집행위원회도 선거 직후 환영 의사를 밝히며 향후 세르비아와의 가입 협상을 빠른 속도로 진전시키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최대 변수는 여전히 코소보 독립 문제다. 코소보 독립에 절대 반대 입장인 국민 다수의 의지를 거스를 수 없어 타디치도 코소보 독립에선 반대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코소보 독립과 세르비아의 EU 가입을 맞바꾸려는 EU의 입장과는 어긋나는 것이다. 다만 코소보 독립 시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니콜리치 후보에 비해 폭력 사용에 반대하는 유연한 입장이라는 점에서 비공식적인 협상이 진행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관측이다.
조만간 세르비아로부터 일방적인 독립을 선언할 예정인 코소보측도 당분간 독립 선언을 미룰 것이란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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