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화재로 내한 취소 위기에 몰렸던 뮤지컬 <위 윌 록 유> 의 오리지널 투어 공연이 우여곡절 끝에 2일 성남아트센터 단독 일정으로 무대에 올랐다. 뮤지컬은 납득하기 어려운 플롯과 개그콘서트 식의 유머로 가득했지만 세월을 뛰어 넘은 명곡의 힘으로 관객의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위>
영국을 대표하는 록 밴드 퀸의 명곡 24곡을 엮어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친숙한 대중음악을 뮤지컬 넘버로 활용하는 것) <위 윌 록 유> 는 뮤지컬 코미디의 옷을 입었지만 록 음악과 그룹 퀸에 대한 헌정 콘서트에 가까웠다. 위>
이야기의 배경은 지금으로부터 300년이 흐른 2308년, 한때 지구로 불렸던 플래닛 몰이다. 전세계를 지배하는 글로벌소프트사는 악기의 사용을 금지하고 오직 컴퓨터에서 다운로드한 음악만 들을 수 있게 통제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록의 정신이 살아 있음을 믿는 저항 세력 보헤미안들은 자신들을 이끌어 줄 영웅을 기다리다 ‘예지몽’의 능력을 가진 청년 갈릴레오 피가로를 만나게 된다.
퀸 뿐 아니라 비틀스, 마돈나 등 역사적인 팝스타들에게서 영감을 얻은 등장 인물의 면면과 대사는 극 초반부에는 기발함으로 다가온다.
주인공들의 이름인 갈릴레오 피가로와 스카라무쉬는 모두 퀸의 노래 ‘보헤미안 랩소디’의 가사에서 따왔으며 퀸이 84년에 발표한 ‘아이 원투 브레이크 프리’는 규격화된 2308년의 사회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갈릴레오의 반항의 노래로, 76년 앨범 ‘어 데이 앳 더 레이시스’에 수록된 ‘섬바디 투 러브’는 갈릴레오의 여자친구 스카라무쉬가 ‘왕따’를 당하는 상황에서 부르는 노래로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노래를 배열하기 위해 스토리를 끼워 맞춘 느낌을 떨칠 수 없다. 2002년 런던 도미니언 극장 초연 당시 퀸의 오리지널 멤버 브라이언 메이와 로저 테일러가 음악 수퍼바이저로 제작에 직접 참여했는데도 ‘억지로 짜맞춘 듯하다’는 혹평에 시달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스터빈> 의 작가로, 원작의 극작과 연출을 맡은 벤 엘튼은 건장한 남성 캐릭터에 팝 가수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이름을 붙이는 등 코미디 작가 특유의 재치를 발휘했지만 이야기의 개연성을 갖추는 능력까지는 발휘하지는 못했다. 미스터빈>
이렇듯 곳곳에서 약점이 노출되는 작품이지만 킬러 퀸 역의 애니 크러머를 비롯해 뛰어난 가창력을 자랑하는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였기에 한국에서도 흥행이 기대되는 공연이다. 특히 퀸이 전성기를 구가한 70~80년대에 청소년기를 보낸 관객이라면 황당한 스토리도 향수 속에 묻힐 지 모르겠다.
“하늘에 해가 떠 있고, 사막에 모래가 있는 한/파도가 바다를 넘어 육지를 향해 몰아치는 한/바람과 별과 무지개가 있는 한/산이 평평하게 사라져버리기 전까지/우린 노력할 거야…” 프레디 머큐리 목소리로 서막을 알리는 퀸의 노래 ‘이누엔도’가 흘러나오는 순간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는 평범한 공연장이 아닌 퀸을 추억하는 콘서트 현장이다. 24일까지. 1588-4558
김소연 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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