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최호준(33)씨는 미래에셋자산운용 펀드만 3개를 갖고 있다. 모두 대형 성장주를 주로 편입한 펀드다.
업무로 짬을 낼 시간이 없어 회사와 가까운 판매처(미래에셋증권)를 찾다 보니 생긴 우연찮은 결과였다. 주변에서 “한 자산운용사 펀드만 왜 그렇게 많이 들었냐”는 핀잔을 듣긴 했지만 수익률이 좋아 별로 괘의치 않았다.
하지만 올해 들어 증시 급락으로 펀드 수익률이 –20%를 넘나 들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최씨는 “각 자산운용사별로 고유의 투자스타일이 있는 만큼 올인은 피해야 할 것 같다”며 “이번 기회에 가치 투자를 하는 자산운용사 펀드를 들까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올해의 펀드 투자 화두는 분산투자다. 증시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등 대외 변수로 요동치고 있기 때문. 전문가들이 지역별, 스타일별로 분산하라고 조언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런 맥락에서 자산운용사를 분산하는 것도 빼 놓을 수 투자원칙 중의 하나다. 펀드시장이 팽창하면서 자산운용사별로 고유의 투자철학과 스타일이 생기고 있는 터라 특정 자산운용사에 ‘올 인’하는 것은 분산투자원칙을 어기는 것이다. 국내 주요 자산운용사의 투자철학과 스타일에 대해 알아보자.
우선 미래에셋자산운용. 박현주 회장이 “우리의 벤치마크는 미래”라고 말할 정도로 성장 가능성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다. 때문에 당장 실적이 좋지 않더라도 향후 성장성이 충분하다면 과감하게 투자 종목으로 편입한다.
선호하는 종목들은 동양제철화학, 두산중공업 등 PER(주가수익비율ㆍ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으로 기업이 벌어들이는 수익에 비해 주가가 얼마나 높은 지를 나타내는 수치)가 높은 경우가 많다. 현 상황에서는 기업이 내재가치에 비해 주가가 높지만 향후 고성장으로 충분히 상쇄할 수 있는 종목이다.
미래에셋과 상반된 투자스타일로 승부하는 대표적 자산운용사로는 한국밸류자산운용과 신영투신을 들 수 있다. 두 자산운용사는 기업의 내재가치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돼 있는 가치주에 장기 투자하는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다.
주로 투자하는 대상은 PBR(주가순자산가치ㆍ주가를 주당 순자산으로 나눈 값으로 기업의 순자산에 비해 주가가 얼마나 높은 지를 나타내는 수치)이 1이하이거나 PER이 업종 평균보다 낮은 종목들이다. 저평가된 주가가 기업의 내재가치와 부합될 때까지 기다려 수익을 실현하는 셈이다.
특화된 상품으로 승부하는 곳도 있다. 유리자산운용은 인덱스 펀드로 정평이 난 곳. 인덱스 펀드는 주식형 펀드에 비해 수수료가 저렴하다. 또 종합주가지수 등 대표적인 지표를 추종하다 보니 장기 투자를 하면 웬만한 주식형 펀드 뺨치는 수익률을 낸다는 장점이 있다.
삼성투신은 대형성장주와 상장지수펀드(ETF)를 두 축으로 하고 있다. 특히 전체 ETF시장(2조5,135억원)의 62%(1조5,583억원)를 차지할 정도로 ETF상품에 노하우를 갖고 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홍콩 H 증시를 투자대상으로 삼는 ‘코덱스차이나 H’를 출시한 데 이어 코덱스200을 일본증시에 상장했다. 이밖에 중소형주 펀드로 유명한 곳은 동양투신과 유리자산운용이다.
박현철 메리츠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아무리 잘나가는 운용사라 해도 특화돼 있는 운용사보다 못한 경우가 많다”며 “매니저 교체 등 내부 문제가 펀드 수익률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만큼 가급적이면 운용사도 분산하는 게 좋다”고 지적했다.
안형영 기자 truestor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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