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이 사실상 분당의 길로 접어들었다. 하루 전 자주파(NL)의 거부로 혁신안 통과가 좌절되자 비상대책위 대표인 심상정 의원은 4일 사퇴를 선언했다. 탈당은 시간 문제라는 분석이다. 이미 강경 평등파(PD)는 새로운 진보정당 창당을 준비 중이어서 민노당은 창당 8년 만에 껍데기만 남게 됐다.
심 의원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갖고 "국민의 경고와 질책에 응답하지 못하면 당의 미래는 없다고 호소했지만 어제 당대회는 여전히 낡은 질서가 강력하게 당을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케 했다"며 비대위 대표직을 사임했다.
그는 또 "국가보안법 문제로 혁신안이 왜곡됐는데 과연 북한과 음성적, 개별적으로 관계하는 것이 용인돼야 한다는 뜻인지 분명히 해야 한다. 국보법 사건에서는 진보운동의 이성과 상식이 마비되고 있다"며 자주파에 일침을 가했다.
자주파는 3일 임시 당대회에서 비대위 혁신안 중 핵심인 일심회 간첩 사건 연루 당원 2명의 제명을 거부하면서 "국보법 피해자를 당에서 몰아내려 하는 비대위는 국보법을 인정하는 것이냐"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평등파는 "국보법도 문제지만 친북, 종북 이미지를 쇄신해야 당이 거듭날 수 있다"고 반박했지만 수에서 밀려 결국 자주파 뜻대로 혁신안이 부결됐다.
심 의원은 당장 민노당을 탈당하지는 않고 설 연휴 이후에 거취를 밝힐 예정이다. 하지만 그는 "국민들에게 약속한대로 푸른 진보를 실현하는 진보정치의 새 길을 열어가겠다. 멈추지 않고 나아가겠다"며 탈당 의사는 분명히 했다.
당내에서 평등파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노회찬 의원도 탈당 의사를 굳힌 것으로 전해졌다. 또 서울을 중심으로 평등파 계열 당원들의 집단 탈당도 이어지고 있다.
1일 탈당한 평등파 내 강경 그룹 조승수 전 의원은 한국사회당 초록정치연대 등과 함께 제2의 진보정당 창당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조 전 의원은 "조만간 심 의원 등과 접촉해 진보신당 창당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애초 민노당 창당을 주도했던 평등파의 탈당이 이어질 경우 당에는 "더 친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자주파만 남고 진보정당은 2개로 쪼개질 전망이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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