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삼성화재)의 강점은 중앙 속공이다. 저쪽(현대캐피탈) 블로킹이 우리 속공을 노릴 게 뻔하다."
'코트의 제갈공명'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은 3일 오전 용인 삼성트레이닝센터에 선수들을 불러모았다. 세터 최태웅에게는 "오늘은 절대 속공을 쓰지 말라"고 지시했다. 최태웅을 비롯한 선수들은 잘못 들은 게 아닌가 싶었지만 신 감독은 가상의 적을 설정하고 예행연습까지 시켰다.
현대캐피탈의 공격과 블로킹은 예상대로 가운데로 집중됐다. 윤봉우(12점)가 속공 5개 가운데 4개나 성공시킬 정도로 삼성화재의 블로킹을 농락하며 1세트를 25-22로 따냈다. 최태웅은 허탈한 표정으로 벤치를 바라봤지만 신 감독은 "내가 말할 때까지는 속공은 쓰지 말라"며 고개를 저었다.
삼성화재는 안젤코의 맹활약을 앞세워 2세트를 25-23으로 따내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안젤코는 3세트에서 백어택 4개, 서브득점과 블로킹 3개를 성공시켜 사상 최초로 '한 세트 트리플 크라운(서브득점, 블로킹, 백어택 각각 3개 이상)'이라는 대기록과 한 세트 최다득점(16점) 타이기록을 세우며 삼성화재에 값진 승리를 안겼다. 이날 36점을 올린 안젤코의 트리플 크라운은 시즌 3번째.
삼성화재가 서울 올림픽공원 제2체육관에서 벌어진 2007~08시즌 프로배구 중립경기에서 맞수 현대캐피탈에 3-1(22-25 25-23 25-17 25-20) 역전승을 거뒀다. 선두 삼성화재(16승3패)는 이날 승리로 2위 대한항공(15승4패)과의 승차를 1경기로 벌렸다. 관중석을 가득 메운 7,500여명의 배구 팬들은 승패를 떠나 멋진 경기를 보여준 양 팀에 아낌없이 박수갈채를 보냈다.
승장 신치용 감독은 "꼭 이겨야 한다는 사명감이 강했다. 상대 블로킹이 우리 속공을 호시탐탐 노릴 때 안젤코가 왼쪽에서 잘해줘 이겼다. 어차피 현대와 우리의 승부는 운칠기삼이다"고 겸손해했다. 패장 김호철 감독은 "용병(안젤코)이 저렇게 때리면 도저히 이길 수가 없다"며 완패를 시인했다.
이어 열린 여자부에서는 최하위 현대건설이 2위 KT& G를 3-1(23-25 25-19 25-19 25-23)로 꺾는 이변을 일으켰다. 3위 GS칼텍스는 4위 도로공사를 3-1(25-20 18-25 25-23 25-23)로 눌렀다.
이상준 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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