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북핵 문제 진전 ▦경제성 ▦재정부담 능력 ▦국민적 합의 등 대북 경협의 4원칙을 밝혔다. 새 정부의 대북정책의 기둥이 될 4원칙은 지난 10년 동안의 대북정책 기조를 크게 수정하는 것으로, 'MB 독트린'이라 부를 만하다.
오랫동안 대북 경협사업 진전의 기본 전제가 되어 온 '북핵 문제 진전'을 첫 번째 기준으로 든 것은 원론적 강조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경제성'과 '재정부담 능력' 등 제약 요건을 분명히 한 것은 '국민적 합의'라는 보충적 조건과 함께 근본적 발상의 전환을 보여준다.
한국사회의 성장잠재력을 일깨워 경제활력을 되찾기 위해 설정한, 이른바 '실용주의' 노선을 대북정책에도 그대로 적용하려는 의욕이 우선 눈길을 끈다.
당사자들의 거듭된 부인에도 불구하고, 대북경협 정책의 무게중심을 경제적 효율성보다는 '민족 공생'이라는 정치ㆍ도의적 판단에 두었던 게 사실이라는 점에서 커다란 변화를 예고한다. 이런 변화가 경협 분야에 국한되는 것도 아닌 모양이다.
이 당선인이 "한미ㆍ한일 관계가 좋아지면 남북관계가 좋아진다"며 "이런 근본적 생각의 전환을 북한에도 알리려 한다"고 밝힌 데서는 공세적 대북 포위정책의 기미마저 풍겨난다.
이런 변화는 이 당선인의 대북정책 변화에 대한 일반적 예측 수준을 뛰어넘는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듯 새 정부의 대북정책 변화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고, 그것이 북한과는 다른 민주사회의 참모습이기도 하다.
정부조직 개편이나 규제완화 등에서 보듯, 경제적 효율성을 정책결정의 중심 잣대로 삼는 것은 그만한 타당성을 가질 수 있다. 청와대를 비롯한 이해당사자들의 거센 반발과는 달리 많은 국민이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대북정책에도 이런 잣대를 곧이곧대로 들이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정부 지원 등을 빼고 볼 때, 순수한 효율성 기준을 충족할 대북경협 사업이 얼마나 될까. 경제 마인드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것은 좋지만 정말 모든 문제를 돈으로 재겠다는 발상이라면, 지속성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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