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계에서 온 카와라(75)는 대단히 특이한 지점을 차지하고 있다. 일본인 작가로서 개념미술의 역사에서 주요한 자리를 차지했다는 점이 인상적이지만, 무엇보다 ‘그가 자신의 얼굴 사진을 공개한 적이 없을 뿐더러, 자신의 작업에 관해 인터뷰에 응하거나 부가적인 코멘트를 남기는 일이 극히 드물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1932년을 마감하기 7일 전인 12월 24일에 태어난 온 카와라는, 1966년 1월 4일 뉴욕에서 ‘날짜그림’(Date Paintings)이라 불리는 ‘오늘’(Today) 연작을 시작해 현재까지 꾸준히 제작하려 노력 중인 것으로 널리 알려졌다. ‘날짜그림’은 제작 당일의 날짜를 그레고리력(양력)으로 캔버스에 그려 넣은 작품이다.
(작가의 주장에 따르면) 각각의 ‘날짜그림’은 자정부터 다음날 자정까지 24시간 내에 완성돼야 하고, 미완성으로 다음날을 맞을 경우 파기한다. 세계 이곳 저곳을 방랑하는 작가의 특성상 많은 작업이 여행 중에 제작되는데, 날짜를 표기하는 방식은 지역의 표기법을 따르지만, 일본이나 홍콩처럼 로마자가 제1언어의 문자로 통용되는 지역이 아닌 경우 에스페란토어의 표기법을 따른다.
제작되는 캔버스의 사이즈는 작게는 20.5×25.5cm에서 크게는 155×226cm까지 다양한데(높이는 늘 5cm), 그 변주의 원칙이 무엇인지는 명확히 알려진 바 없다. 그리고 각 그림은 작가가 스크랩한 그날의 가장 인상적인 신문 기사와 함께 종이 상자에 보관된다.
’날짜그림’에 신문 스크랩이 곁들여지는 방식은 ‘일종의 지속적인 타입캡슐 프로젝트’로 독해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혹자는 ‘테러리스트들이 인질들에게 신문을 들려서 사진이나 동영상을 촬영하는 관례’를 연상하기도 한다. 이 작품들을 ‘작가의 자율성을 극도로 제한하는 작가가, 자신이 세운 원칙에 인질이 된 작가가, 우리에게 보내는 알쏭달쏭한 메시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러한 해석은 작가가 지인들이나 혹은 모르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전보와 엽서 작업 때문에 더욱 그럴듯하게 들린다. 1968년 이후 그는 아침에 일어나면 우체국에 가서 “나는 …시에 일어났다”는 영문 메시지를 고무인으로 엽서에 찍어 발송하는 작업을 한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신문을 사고, 거처에 돌아와 읽고 스크랩 작업을 한다. 그리고 ‘날짜그림’의 제작에 돌입한다. “나는 아직 살아있다”는 영문 메시지를 전보로 날리기 시작한 것은 1970년이었다.
한번은 누군가 작가에게 “너는 아직도 살아 있나?”는 전보를 쳤다. 수신자는 고민에 빠졌다고 한다. 어떤 답신을 했는지는 알려진 바 없다. 오늘은 그가 2만7,435일째 맞은 하루다.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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