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혜훈 의원은 서울 현역 의원 가운데 몇 안되는 박근혜 전 대표의 측근이다. 경선 당시 이 의원은 이명박 당선인에 대한 검증 공세를 주도하다 보니 친이측 인사들로부터"총선 공천 때 보자"는 으름장도 적잖이 들어야 했다. 그러다 보니 이 의원 지역은 대선 직후만 해도 친이측 인사들의 주요 표적이 됐다.
진수희 의원,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 고승덕 변호사 등 유력 친이 인사들이 잇달아 도전장을 낼 태세였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최근 앞서거니 뒤서거니 포기했다. 당 안팎에서는 "더 이상 도전자가 나올 것 같지 않다"며 "이 의원의 공천은 거의 확정적인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친박 핵심 유승민 의원의 대구 동을 지역구도 마찬가지다.
경선 때부터 도전을 공언해오던 친이측 인사가 많았다. 대표적 인사가 이 당선인의 유세총괄부단장을 지낸 박창달 전 의원이었다. 하지만 박 전 의원은 최근 최근 동을 출마를 접었다.
18대 총선 공천작업을 앞둔 한나라당은 지금 친이 대 친박간 구역 선긋기가 한창이다. 친이 대 친박 간 경쟁 구도가 최근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멱살잡이를 벌일 채비던 양측 인사들이 약속이나 한듯 한걸음씩 물러서고 있다.
"피 튀기며 싸우지 말고 나눠 갖자"는 암묵적 합의라도 한 것 같다. 특히 경선 패자인 친박 현역 의원을 겨냥했던 친이 인사들이 다른 곳으로 창을 돌리는 경향이 뚜렷하다.
때문에 친이ㆍ친박 간에는 물밑 조율이 이뤄진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이 당선인과 박 전 대표간의 지난달 23일 회동을 전후로 해석 이 같은 현상이 뚜렷해졌다"고 말했다.
서울 현역 의원 가운데 박 전 대표측으로 분류되는 이혜훈, 진영 의원 등의 지역구에서는 친이측 도전자를 더 이상 찾기 어렵다. 원외 친박 인사들의 지역구도 마찬가지다.
이성헌 전 의원, 김선동, 구상찬 당협위원장의 지역구에서도 유력 친이 인사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서울의 경우 기존 친박측, 친이측 위원장 지역구를 각각 인정하는 선에서 공천 조율이 끝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당초 친박 대 친이간에 공천 혈투가 벌어질 것으로 보였던 대구ㆍ경북도 마찬가지다. 양측 현역 대결로 관심을 모은 북갑의 이명규-서상기 의원의 맞대결도 조만간 양자간 맞대결을 피하는 방향으로 조정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당초 친박 이인기 의원의 지역구(경북 고령ㆍ성주ㆍ칠곡)를 노리던 이 당선인의 핵심측근 박영준 비서실 총괄팀장이 최근 대구로 과녁을 옮긴 것을 두고도 양측 조율의 결과라는 해석이 있다.
부산의 경우도 친박 의원으로 분류되는 유기준, 서병수, 허태열 의원의 지역구에는 친이측 인사들의 발길이 눈에 띄게 잦아들었다. 진성호 인수위 전문위원 등 친이 인사들이 최근 친박 의원 지역구에 출마를 저울질 하다가 서울로 돌아가기도 했다.
재미있는 추세는 최근 들어 친이측 신인은 친이 의원 지역에, 친박측 신인은 친박 지역에 도전장을 내고 있다는 점이다. 강인섭 전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은평갑에는 김현호, 최원영씨 등 친박 신인 인사들이 도전장을 내면서 친박간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친박 엄호성 의원의 지역구인 사하갑에도 친박 신인인 현기환 전 캠프 특보가 도전장을 낼 태세다. "양측 조율을 거쳐 자파 의원과 위원장 지역은 자파의 신인으로 물갈이를 할 것"이라는 소문도 당 안팎에서는 돌고 있다.
한나라당 한 당직자는 "양측간 경선 공천 갈등이 마무리 되면 이 같은 조율과 조정은 더욱 활발하게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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