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작품을 마주한 독자에게 작품 해설자는 여러모로 도움을 준다. 읽기 전엔 작가와 작품에 대한 유용한 정보를 주고, 읽은 후엔 감상을 나눌 첫 친구가 돼준다. 그래서 적잖은 작가와 편집자들이 작품을 출간할 때 양질의 해설을 써줄 평론가나 작가를 찾는 데 공을 들인다.
그렇다면 최근 1년간 가장 인기 있는 해설가는 누구였을까. 주요 한국문학 출판사 11곳(랜덤하우스코리아, 문이당, 문학과지성사, 문학동네, 문학사상사, 문학수첩, 민음사, 실천문학, 열림원, 현대문학, 창비)에서 2007년1월1월~2008년2월3일 국내 작가의 신작을 담아 출간된 시집 69종, 단편집 39종, 장편 47종 등 총 155종의 작품집을 분석해봤다.
신형철 1위ㆍ이광호 2위
1위는 평론가 신형철(32)씨였다. 신씨는 김행숙 문혜진씨의 시집, 오현종씨 장편, 은희경 편혜영 천운영씨 단편집 등 6종에 해설을 붙였다. 올해로 등단 4년째를 맞는 신씨는 젊고 신선한 시각, 쉽고도 유려한 문장으로 시인, 소설가 모두에게 사랑 받고 있다. 작년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작 <사육장 쪽으로> 에 신씨의 해설을 실었던 편혜영씨는 “작품에 대한 따뜻한 애정이 느껴진다”고 호평했다. 재작년에 낸 시집에 그의 글을 받았던 이병률씨는 “신씨의 시평(詩評)은 한 글자씩 아껴 읽어야 할 만큼 섬세하고 정밀해서 해설하는 시를 더 시적이게 한다”고 말했다. 사육장>
2위는 평론가 이광호(45)씨다. 이씨는 자신이 편집위원으로 있는 문학과지성사의 신간 5종을 해설했다. 오규원씨의 유고시집 <두두> , 황병승 김이듬씨 시집, 김미월 김애란씨 단편집이 그의 손길을 거쳤다. <두두> 를 빼면 모두 70년대 이후 출생한 작가의 첫 번째 혹은 두 번째 작품집이다. 서울예대 문창과 교수로 재직하며 90년대 중반 이후 젊은 작가 발굴과 문학적 옹호에 힘써온 이씨의 활동이 최근 해설 작업에도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두두> 두두>
평론가 김종회(53)씨와 김형중(40)씨는 각각 4건의 해설로 뒤를 이었다. 김종회씨는 2000년대 들어 <21세기문학> <문학사상> <문학수첩> 등의 문예지 편집위원을 역임하며 작가들과의 거리를 좁혀왔고, 김형중씨는 작품을 일거에 꿰뚫는 힘있는 소설 해설로 정평을 얻어왔다. 중견 평론가 유성호(44) 문혜원(43) 이혜원(42)씨와 소장 평론가 복도훈(35) 강계숙(35) 강유정(33) 허윤진(28)씨는 각각 3건의 작품 해설을 썼다. 문학수첩> 문학사상>
해설의 87%가 평론가 몫
작품 해설은 단연 평론가의 몫이었다. 조사 대상 155종 중 해설(발문 포함, 표사ㆍ수상작 심사평은 제외)이 수록된 작품집은 120종이었고, 여기에 해설을 기고한 75명 중 65명(86.7%)이 평론가였다. 시인 중엔 김해자 박형준씨가 각각 2건의 해설을 썼다. 소설가가 해설을 쓴 경우는 드물어 박완서씨가 김영현씨 장편에, 시인이기도 한 장정일씨가 우광훈씨 장편에 수록한 글이 전부였다.
해설을 붙이지 않은 35종 중엔 장편(26종)이 많았다. 다양한 문학적 기법을 적용한 작품 여럿이 한 권에 묶인 시집이나 단편집에 비해 장편은 이야기 중심으로 전개되므로 독자의 이해를 도울 여지가 적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조사 대상 장편 47종 중 해설이 없는 책이 26종으로 절반을 넘고, 문이당의 경우 7종의 장편 중 해설을 수록한 건 하나 뿐이다.
장편뿐 아니라 작품 해설 수록을 가급적 줄인다는 것이 출판계의 전반적 움직임이다. 창비는 작년 하반기부터 명망 있는 작가의 신간에 문학적 특이사항이 없을 경우 친한 작가의 발문이나 장문의 작가 후기 등 다양한 형식으로 관례적 해설을 대신한다는 내부 방침을 세웠다.
작년 이시영씨가 신작시집으론 이례적으로 해설 대신 비교적 긴 작가 후기만 실은 것이나, 공선옥씨가 아예 해설 없이 단편집을 낸 것이 대표적 사례. 당초 계획을 바꿔 김연수씨 장편을 해설 없이 냈던 문학동네도 “독자의 이해를 돕는 차원이 아니라면 굳이 해설을 실을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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