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에서 한 생에 한 길 걷기도 어려운데, 이 땅에서 한 생에 두 길을 걷고 그것도 거의 완벽하게 걸어간 사람이 있었다. 그 이름은 비평가 백철이자 교사 백철이다.”(680쪽)
문학평론가 김윤식(72)씨가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은 선배 평론가 백철(1908~1985)의 생애와 글쓰기에 관한 연구서 <백철 연구 : 한없이 지루한 글쓰기, 참을 수 없이 조급한 글쓰기> (소명출판 발행)를 펴냈다. 이광수 염상섭 김동인 임화 이상 김동리 등 주요 문인 연구서를 통해 한국 근현대문학사를 조망해온 김씨의 작업 연장선상에 놓인 책이다. 백철>
백철은 도쿄고등사범학교 재학 시절부터 프롤레타리아 문학 운동을 펼치다 30년대 중반 전향, 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 학예부장을 맡는 등 친일적 활동을 했다. 해방 후 서울대, 동국대, 중앙대 교수를 역임하며 한국 국문학제(學制)의 초석을 다졌고, 국제펜클럽대회 한국대표로 여러 차례 활동했다. 저자는 백철의 생애를 평론가로서 ‘참을 수 없이 조급한 글쓰기’를 했던 전반부와 국문과 교수로서 ‘한없이 지루한 글쓰기’를 했던 후반부로 나눈다. 매일신보>
책에 따르면 평론가로서 백철은 “어떤 이데올로기나 사조나 사상도 일말의 망설임 없이 그때그때 받아들”였고 “그때그때 내팽개쳐 버”렸다. 이런 성마른 태도는 모국어, 일본어를 갈마들며 문학적 표현을 해야 하는 데서 오는 능력의 한계, 무엇보다 이해와 예측이 불가능한 근대라는 시대적 상황 앞에서 느끼는 무력감에서 비롯됐다고 김씨는 설명한다.
강단에 선 백철은 <문학개론> (1947) <조선신문학사조사> (1949)를 내면서 오늘날 국문학과의 3분법적 제도(국어학, 고전문학, 현대문학)의 틀을 잡았고, 뛰어난 문학개론서 <문학의 이론> (르네 웰렉ㆍ오스틴 웨렌 공저)을 69년 번역 출간해 영미 신비평(뉴크리틱)을 유행시켰다. 문학의> 조선신문학사조사> 문학개론>
‘백철 평전’이라 불러도 무방할 이 책엔 백철 생애에 대한 흥미로운 사료-일테면 백철이 신의주고보 수석 졸업과 함께 일제 최고 사범대인 도쿄고등사범학교에 합격했다는 기사가 실린 1927년 신문-가 많다.
좌익 문학단체 카프(KAPF) 회원으로 일제에 체포돼 1년반 감옥살이를 하는 동안 전향을 택한 경위, 한 번의 이혼과 두 번의 사별로 19세 연하의 어린 신부를 넷째 부인으로 맞은 사연, 임화 김사량 등과의 교우관계 등이 눈길을 끈다. 저자는 백철이 아버지처럼 따랐던 맏형 백세명이 신실한 천도교도였던 점에서 출발, 백철의 전 생애에 천도교 이데올로기가 일관됐음을 지적하기도 한다.
이훈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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