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건 보수냐, 정통 보수냐.
미 대선 슈퍼화요일을 눈앞에 두고 공화당 경선 후보 사이에 ‘포스트 부시’ 시대의 당 이념 설정에 대한 논쟁이 달아오르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3일 보도했다.
대의원 확보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이라크 전쟁에 대해서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정책에 충실하다. 하지만 그는 지구 온난화, 의료 보장 개혁, 불법 이민자 문제, 의원 윤리와 로비 개혁 등 상당수 정책에서 민주당과 협력적인 모습을 보이는 ‘온건 보수주의자’에 가깝다.
그의 강력한 경쟁자인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워싱턴에 ‘변화’를 가져오겠다”고 부르짖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로널드 레이건 이후 이어진 뿌리깊은 보수 이념에 수정을 가할 생각이 전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롬니는 최근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유세하던 중 기자들에게 “공화당이 어느 쪽으로 향할 것인가에 대해 진정한 결전이 벌어질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유세에서 ‘매케인-파인골드 법(선거비용 관련)’ ‘매케인-케네디 법(이민 관련)’ ‘매케인-리버맨 법(에너지 관련)’ 등 매케인이 민주당과 협력한 법안의 명칭을 거론했고, 지지자들은 매케인에게 큰 소리로 야유를 보냈다.
롬니의 언론 담당 자문위원인 스튜어트 스티븐스는 “공화당 지지자들이 찾고 있는 ‘변화’란 세금 감면, 이민규제 강화, 시장주의적 경제 개혁 등 ‘근본적으로 보수적인 신념’을 지도자들이 실행에 옮기도록 하는 참신한 능력”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매케인은 자신이 공화당 내 보수와 온건 진영 모두에게 호소력이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이 때문인지 매케인은 유세의 초점을 자신의 베트남 전 참전 경력이나 성격을 부각하는 데 맞추고, 낙태나 동성애자의 권리 등 민감한 이슈는 “내가 중요시하는 사회 문제가 아니다”며 피하고 있다.
관건은 공화당 지지자들이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가이다. 매케인 측 자문을 맡고 있는 린지 그레이햄 상원의원은 “공화당원 사이에 ‘당선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는 실용주의가 퍼져 있다”면서 “그 점에서 전체 미국인들이 매케인을 정통 공화당원과 다른 사람으로 보고 있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매케인이 특정 당파에 속하지 않은 부동층을 흡수할 수 있어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반면 롬니는 “공화당이 핵심 가치와 원칙에 충실할수록 승리 가능성이 더 높다”는 입장이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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