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복무를 피하기 위해 고의로 어깨뼈를 어긋나게 한 뒤 수술을 받아 보충역이나 병역면제 판정을 받은 축구선수 89명이 무더기로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오광수)는 3일 전ㆍ현직 축구 선수 89명과 일반인 3명을 병역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이 중에는 정모씨 등 전ㆍ현직 K리그 선수 15명이 포함돼 있으며 K-2(실업) 리그 출신이 35명, K-3(아마추어) 리그 출신이 15명, 대학 축구선수 출신이 24명이다.
이들은 2006년 7월~2007년 9월 축구에 지장이 없는 왼쪽 어깨의 뼈마디를 어긋나게 한 다음 정형외과 의사 윤모(불구속기소)씨로부터 관절경 수술을 받고 병사용 진단서를 발급받은 혐의다. 검찰 조사 결과 86명은 4급(공익근무), 6명은 5급(면제) 판정을 받았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길게는 2,3개월 동안 약 10㎏ 무게의 아령을 들고 어깨에 통증을 느낄 때까지 아래로 세게 내려치거나 앉은 자세에서 손으로 의자를 잡고 몸을 뒤로 젖히는 등 방법으로 어깨뼈를 어긋나게 했다. 신체검사가 임박한 경우에는 동료나 선ㆍ후배로 하여금 자신의 어깨를 뒤에서 밟게 하는 ‘극약처방’도 마다하지 않았다. 특히, 남모 선수 등 11명은 이 같은 방법으로 4급 판정을 받은 뒤에도 면제 판정을 받기 위해 또 다시 어깨뼈를 어긋나게 해 재수술을 받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이후 윤모(불구속기소)씨의 병원에서 어깨 관절경 수술을 받고 병사용 진단서를 발급받은 뒤 이를 제출해 현역 복무를 회피했다. 윤씨는 선수들이 고의로 어깨뼈를 어긋나게 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1인당 200만~300만원씩 모두 2억4,100만원을 받고 수술을 해줬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들은 ‘군입대는 선수생명 종료’라는 불안감 때문에 이 같은 행위를 했다”며 “그러나, 이후 무거운 물건을 들 수 없게 되는 등 후유증에 시달려 이를 후회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검찰은 윤씨와 두 차례 수술을 받은 선수 11명 등 1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며 모두 기각했다. 윤씨는 검찰에서 “선수들에게 다른 의도가 있었는지 몰랐다”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부장 이제영)도 이날 인터넷 카페를 통해 현역 입영 대상자들을 모집한 뒤 350만~500만원씩을 받고 고혈압으로 위장하는 방법 등을 알려준 김모(26ㆍ대학생)씨 등 브로커 3명을 구속기소하고 이를 통해 4,5급 판정을 받은 박모씨 등 16명을 불구속기소했다.
이들은 이두박근과 아랫배에 힘을 주는 수법으로 혈압을 높여 재검 대상자가 되도록 한 뒤 재검사 때 혈압계를 발목(혈압이 높은 부위)에 차고 혈압을 측정토록 하거나 브로커 조직원이 대신 혈압을 재주는 방법 등을 동원한 혐의다. 병무청은 검찰로부터 이들의 명단을 넘겨받아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 뒤 검사 결과에 따라 현역 등으로 복무토록 할 예정이다.
박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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