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대주주인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외환카드 인수과정에서 허위 감자설을 퍼뜨려 주가를 조작, 소액주주들에게 120억원대의 피해를 입혔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징역 5년이 선고된 론스타코리아 대표는 법정구속되고, 외환은행 법인과 대주주인 LSF-KEB홀딩스에 각각 250억원의 벌금이 부과됐다. "(피의자들이) 외환카드를 합병하는 과정에서 감자를 실행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았으면서도 인위적으로 주가를 떨어뜨려 부당한 이익을 얻기 위해 허위 감자계획을 발표했다"는 이유에서다.
1심 판결에 대해 론스타측은 "사실관계 파악이 잘못됐다"는 이유로, 검찰측은 "형량이 너무 낮다"는 이유로 각각 항소하겠다고 밝혀 법정공방은 이어지게 됐다.
그러나 법원이 론스타측의 행태를 '사기적 부정행위'라고 규정한 것은 의미가 크다. "(론스타 대리인인) 금융기관 임원이 직접 시장을 속였다"는 판단은 론스타의 도덕성은 물론 대주주의 적격성을 부정하는 것이어서, 향후 관련 재판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다.
문제는 이번 판결이 '양날의 칼' 같은 성격을 지닌 점이다. 론스타의 불법성이 확인된 것은 반길 일이지만, 대주주 지위가 박탈되면 '불감청 고소원'식으로 외환은행 지분을 팔 수 있게 돼 오히려 '먹튀'는 더 쉬워진다. 금융감독 당국이 대법원의 최종 판결 때까지 모든 판단을 유보하겠다고 말하는 이유다.
반면 외환은행 인수 자체를 원인무효화할 수 있는 헐값매각 의혹사건의 재판이 별도로 진행중인 만큼, 론스타도 섣불리 주가조작을 인정하기 어려운 형국이다.
하지만 '론스타와 관련된 모든 법적 공방이 마무리될 때까지' 이 문제를 방치하는 것이 최선인지는 의문이다. 론스타에 비우호적인 국민감정에 편승해 책임을 법원에 넘기려는 의도가 없느냐는 말이다. 비은행계 사모펀드에 넘어간 외환은행이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표류해온 지 벌써 5년째다.
그 사이 론스타는 고율의 배당과 일부 지분 매각으로 투자액의 85%를 챙겼다. 금융당국이 검찰 및 법원의 기류를 잘 살피고 론스타의 속셈을 꿰뚫으면 서로 협력해 문제를 푸는 '솔로몬의 지혜'를 못 찾을 것도 없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