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의 기억밖에 없다.”
위기의 한국 축구를 구하러 온 두 태극전사의 눈빛은 유난히 반짝였다. 10시간이 넘는 시차와 끝없이 이어지는 리그 일정에 녹초가 됐을 법도 하지만 이영표(31ㆍ토트넘)와 설기현(29ㆍ풀럼)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넘쳐 흘렀다.
6일 투르크메니스탄과 남아공월드컵 3차 예선을 치르는 대표팀에 승선하기 위해 3일 고국땅을 밟은 이들은 7년 만에 국내파 사령탑 시대를 다시 연 허정무 감독과의 ‘찰떡호흡’을 강조하며 필승의 결의를 다졌다.
이영표는 “허정무 감독과는 웬만해선 지지 않았던 좋은 기억들만 있다. 특히 올림픽대표 시절에는 거의 모든 경기를 이긴 기억이 있다”며 2000년 이후 8년 만에 스승과 제자로 뭉치는 허 감독과의 인연을 강조했다.
그는 “해외파가 합류했다고 해서 경기력이 크게 좋아진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 축구의 힘은 분명히 있다. 국내파를 비롯한 모든 선수들이 능력이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며 다가오는 투르크메니스탄전에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설기현 역시 허 감독과 함께 했던 8년 전을 떠올리며 “허 감독의 스타일을 잘 알고 있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 나가기 위한 아주 중요한 경기이기 때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훈련에 참가해 봐야 알겠지만 어느 위치이든 열심히 할 것이다. 골을 넣기 위해서 기회를 많이 잡겠다”며 득점에 대한 욕심도 잊지 않았다.
이영표와 설기현은 허정무 감독이 A대표와 올림픽대표 지휘봉을 잡던 1999년부터 2000년까지 ‘허정무호’의 핵심 멤버로 활약했다. 당시 20대 초반의 두 선수는 박지성과 함께 허 감독의 두터운 신뢰를 받으면서 한국 축구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그들이 힘을 합한 2000년 시드니올림픽 대표팀은 29승2무4패라는 놀라운 승률을 기록했다. 비록 본선에서 8강행이 좌절됐지만 조별리그 2승1패로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뒀다.
한편 이영표는 이날 열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원정경기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출전하지 않아 2경기 연속 결장했다. 토트넘은 1-1로 비겼고, 맨유는 맨체스터 시티를 3-1로 꺾은 아스널에 선두 자리를 내줬다.
인천공항=김기범 기자 kik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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