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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호의 길 위의 이야기]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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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호의 길 위의 이야기] 길

입력
2008.02.02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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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마다 아이가 자주 깬다. 젖이 부족한 것인지, 기저귀가 축축한 탓인지, 그도 아니면 우리가 알 수 없는 어떤 두려움 때문인지, 아이는 눈을 뜨자마자 서럽게 울어댄다. 그때마다 아내가 토닥토닥 아이를 달래곤 했는데, 엊그제는 아내도 피곤했는지 수 분이 지나도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서재로 쓰고 있는 방에서 낑낑, 원고를 쓰고 있던 나는, 신경이 잔뜩 예민해진 상태였다. 아이는 울고, 원고는 제자리이고, 생각은 떠오르지 않고……. 나는 벌떡 일어나 안방으로 들어갔다. 잠든 아내의 어깨를 흔들어 깨울 생각이었다. 한데, 안방에 들어가자마자 무언가 내 종아리를 잡고 놓지 않는 것이 있었다.

아이였다. 어둠속에서 아이가 기어와, 나를 붙잡은 것이었다. 나는 아이를 안고 조용히 마루로 나왔다. 아이는 글썽글썽해진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울음은 그치지 않았으나, 소리는 조금 작아졌다. 언제 이놈이 이렇게 무거워졌나. 나는 아이를 내 눈높이까지 들어올려 보았다. 아이는 그제야 울음을 그쳤다.

나는 아이를 안고 베란다로 나갔다. 캄캄한 어둠이었지만, 저 멀리 보이는 자유로엔 어디론가 떠나는 많은 차들이 줄지어 달리고 있었다. 나는 아이와 오랫동안 그 풍경을 바라보았다. 길은 길을 지우면서 생겨나는 거란다. 나는 아이에게 그렇게 속삭여주었다. 그러자, 이번엔 괜스레 내게서 눈물이 났다.

<저작권자>

소설가 이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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