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인적자원부가 4일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추가 선정 가능성을 열어놓음으로써 이 문제를 둘러싼 청와대와 교육부의 갈등이 일단락됐다.
교육부는 예비인가 잠정안을 수정 없이 관철시키고, 청와대는 경남 등 로스쿨 제외 지역의 추가 인가 가능성을 확보하는 선에서 타협을 본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와 교육부는 극심한 혼란과 반발을 초래하면서까지 명분과 실리를 주고받았는데도 향후 '로스쿨 판'을 뒤흔들 수 있는 추가 선정 문제는 차기 정부로 떠넘겨 비난을 면키 힘들 전망이다. 더구나 차기 정부가 현 정부의 정책을 그대로 이어받을 지 미지수여서 로스쿨 혼란이 재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혼란 최소화 고육책
교육부의 이날 발표는 로스쿨 유치ㆍ탈락 대학들의 거센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청와대 요구대로 로스쿨을 추가 선정할 경우 다른 대학들의 정원 재조정이 불가피해질 뿐만 아니라 탈락 대학들로부터는 "역차별"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교육부 발표는 지난달 잠정안 공개 직후 '1개 광역시ㆍ도, 1개 로스쿨' 원칙을 내세우며 압박을 해온 청와대의 권위를 살려준 측면도 강하다. '본인가 때까지 이행 상황 부진에 따른 정원 감축 또는 인가 취소로 잉여정원이 발생하거나 관련 법률의 절차에 따라 총정원이 증가할 경우'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경남 등 로스쿨 제외 지역이 9월 본인가 시점에서 추가 선정될 수 있는 길은 얼마든지 열려 있다.
하지만 실제 추가 인가가 이뤄지기까지에는 넘기 힘든 산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예비인가의 취소 가능성이 극히 낮은 데다 법조계의 반대로 총정원 증가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차기정부가 추가 인가의 새 원칙을 제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교육부 안팎에서는 "청와대는 (경남을 최대한 배려했다는) 정치적 실리를 얻고, 교육부는 잠정안 유지라는 명분을 얻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주목되는 로스쿨 본인가
일단 교육부가 법학교육위원회의 잠정안을 유지했지만 '뇌관'은 여전히 남아 있다. 탈락 대학들이 심의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줄소송을 제기할 태세여서 자칫 예비인가 내용이 무력화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청와대의 요구를 받아들여 발표문에 삽입한 문구는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로스쿨 추가 인가 시 경남 등 로스쿨 배제 지역에 우선적으로 인가를 내주게 되면 특혜 논란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발 조짐은 벌써부터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로스쿨 유치에 실패한 수도권 대학들은 불쾌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사립대 법대 학장은 "추가 인가 상황이 발생하면 탈락 대학들이 모두 인가 대상이 돼야 한다"며 "소외 지역 운운은 형평성을 잃은 것"이라고 격분했다.
충남권 대학은 이대로 가면 추가 인가 대상에서 아예 제외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떨치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가 "대전과 밀접한 지역"이라며 로스쿨 추가 인가 지역서 충남을 배제해도 된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 예비인가 대학도 긴장감
본인가 때 예비인가 취소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한 점도 또 다른 갈등을 예고하는 것이다. 그동안 심각한 결격 사유가 없는 한 예비인가가 곧 본인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지만 교육부가 '잉여정원 발생시 로스쿨 제외지역 추가 선정' 방침을 밝힌 만큼 본인가 때까지 이뤄질 현지조사에서 예비인가를 받은 대학이 탈락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기 때문이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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