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화하는 한나라당 내홍 사태의 본질은 대선 승리 이후 당 장악에 나선 신주류 대 고사 당하지 않고 살아 남으려는 구주류의 세력 다툼이다.
대선 이후 주류 자리를 내놓은 박근혜 전대표 진영과 강재섭 대표가 한 팀이 되고, 새롭게 주류로 부상한 이명박 당선인측과 이번 총선을 통해 당내로 진입하려는 신진 세력이 스크럼을 짜서 당권 경쟁의 결정판 ‘공천’ 국면에서 한판 붙는 양상이다.
지난달 23일 이 당선인과 박 전 대표가 활짝 웃으면서 만났을 때만 해도 의외로 사태는 순조롭게 정리되는 듯 했다. 신ㆍ구주류 간 영역 선 긋기가 이뤄졌다는 해석도 나왔다.
그러나 ‘데탕트’는 며칠 가지 못했고 양측은 다시 이빨을 드러내며 맞섰다. 박 전 대표측은 “이ㆍ박 합의가 위기에 처한 이유는 이 당선인측 실세들의 제 욕심 차리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대주주격 이 당선인과 박 전 대표가 서로의 영역에 대해 합의했는데 이 당선인측의 중간 보스들이 몇 자리 더 차지하려는 욕심에 도발했다는 것이다. 이는 강 대표의 상황인식과도 통한다. 심야 간담회에서 강 대표의 일관된 주장은 “이 당선인 주변 ‘간신’들이 당선인을 팔면서 자기이익을 차리려 한다”는 것이다.
경선과 대선 승리를 통해 신주류로 부상한 이 당선인측에게도 이번 총선의 의미는 크다. 대권을 만든 중심세력이지만 당권은 확실히 틀어쥐지 못했다. 강 대표는 2006년 전당대회에서 박 전 대표 세력이 만들었다.
이번 공천 과정에서 구주류와 어정쩡한 타협을 했다가는 다가오는 7월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구주류에 다시 넘겨주지 말라는 법도 없다. 이는 이재오 전 최고위원, 이방호 총장으로 대표되는 신주류 강경파의 현실적 우려이기도 하다. 이 참에 확실한 당내 수적 우위를 점해야 한다.
하지만 이 당선인과 신주류 온건파의 생각은 아직은 달라 보인다. 구주류의 영역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인 것 같다. 박 전 대표측도 지난달 23일의 합의를 근거로 이 당선인에 대한 신뢰는 접지 않고 있다.
이제 이 당선인은 자파 내 강경파를 누르고 구주류와 손을 잡고 갈 것인지, 아예 구주류를 털어내고 갈 것인지 양 갈래 길 앞에 서있다. 어느 쪽 선택이든 당은 출렁일 수밖에 없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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