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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미갤러리, '행복한 눈물'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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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미갤러리, '행복한 눈물' 공개

입력
2008.02.01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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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비자금 사건 관련 논란의 한 복판에 있었던 팝 아트의 거장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 이 1일 서울 종로구 가회동 서미갤러리 1층 전시실에서 공개됐다. 그러나 그림을 공개한 홍송원(55) 서미갤러리 대표는 “삼성 이건희 회장의 부인 홍라희씨가 산 그림이냐” 는 등 기자들의 모든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삼엄한 경계 속 공개

이날 오전 8시, 삼성 특검팀 관계자는 기자단에 전화를 걸어 “홍 대표가 <행복한 눈물> 을 오늘 공개한다”고 알려왔다. 그는 “취재는 가능하지만 풀(poolㆍ대표취재)기자단을 구성해 달라”며 “ <행복한 눈물> 이 구매 당시 가격(약 716만 달러)보다 두 배 이상 오르는 등 초고가 미술품이어서 홍 대표가 훼손 여부를 심각히 걱정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취재기자 4명, 스틸카메라 1명, 방송카메라 1명 및 보조 등 단 7명만이 그림을 볼 수 있게 정해졌다.

공개 시간은 오후 12시20분. 그러나 홍 대표 측은 “공개 이후 4,5시간이 지난 뒤에 보도 해달라”고 엠바고(일정 시점까지 보도유예)를 요구했다. 홍 대표측은 “<행복한 눈물> 은 서미갤러리가 아닌 모처에 보관돼 있다”며 “서미갤러리에서 공개를 한 후 다시 옮겨야 하는데 즉시 보도되면 운송 과정에서 작품 훼손, 멸실 등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100억원이 넘는다”는 말을 기억한 기자들은 이를 수용, 오후 5시부터 보도하기로 했다.

한옥을 개조한 서미갤러리 앞에는 미술품 전용 운송회사인 D사의 무진동 차량이 서 있었다. <행복한 눈물> 한 점을 옮기기 위해 동원된 것이다.

공개 시간은 단 25분. 20평이 좀 안 돼 보이는 갤러리 1층 공간의 한 쪽 파란색 벽에 <행복한 눈물> 한 점이 있었다. 96.52㎝X96.52㎝ 크기의 정사각형 액자 안에서, 잘 알려진 대로 빨간 색 머리의 여인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었다. 벽에서 5,6m 떨어진 곳에 포토라인이 그어져 있었고, 갤러리 관계자는 “촬영은 이곳에서 해달라”고 요청했다. 특검팀 파견검사와 수사관, 최명윤 명지대 교수가 6개의 카타로그에 실린 <행복한 눈물> 사진과 실제 그림을 비교하며 감정을 했다. 결과는 진품.

진품 확인만한 공개

홍 대표에게 20여분간 질문 공세가 이어졌다. 그러나 긴장한 표정의 홍 대표는 “공개 약속을 지키려고 공개했어요”, “안전하게 보관하고 있었어요”, “다음에 말씀 드릴께요” 등 5마디 정도 밖에 하지 않았다. 변호를 맡은 한봉조 변호사 역시 그림 구매 자금 출처, 삼성가 소유 여부에 대해 “특검에서 수사를 할 것”이라며 말문을 닫았다.

<행복한 눈물> 은 공개됐지만, 해결된 문제는 없다. 김용철(50) 변호사는 지난해 11월 “삼성 비자금으로 사들인 <행복한 눈물> 이 이건희 회장 자택에 걸려 있다”고 주장했었다. 삼성 측은 11월 26일 “소장하고 있다”고 했다가 불과 수시간 후에 “마음에 들지 않아 서미갤러리 측에 돌려줬다”고 말을 바꿨다. 삼성 해명 전에는 “다룬 바 없다”고 했던 홍 대표는 이후 “내가 갖고 있고, 곧 공개하겠다”고 했지만, 두달 동안 공개를 계속 미뤄왔다.

한편 미술품 운송업체 D사는 이날 오후 서미갤러리에서 <행복한 눈물> 로 보이는 그림 보관용 나무박스를 갖고 나와, 오후 4시께 경기 일산에 있는 한 창고로 운반해 보관했다. 그러나 이 창고는 방습ㆍ항온 장치가 없는 일반 창고로, 보안 장치도 자물쇠 하나에 불과해 100억원이 넘는 그림 보관 장소치고는 지나치게 허술하다는 의문이 제기됐다.

고주희 기자 orwell@hk.co.kr박관규기자 qoo7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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