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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호모 엑스페르투스' 호기심의 種… 실험에 매료된 호모 사피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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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호모 엑스페르투스' 호기심의 種… 실험에 매료된 호모 사피엔스

입력
2008.02.01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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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음 지음 / 효형출판 발행ㆍ256쪽ㆍ1만2,000원

1984년 미국 애리조나 사막에 거대한 지구 세트장 건설계획이 세워졌다. 축구장 2개 규모인 1만2,700㎡ 넓이에 6,500개의 창으로 외부와 차단된 세트장에는 사막, 사바나, 열대우림, 습지 등의 주요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3,000종의 식물을 식재했다.

세트가 완성되자 1991년 남녀 8명을 넣어 농사도 짓고 해충과 전쟁도 벌이면서 자급자족하도록 했다. 1억5,000만 달러가 투입된 ‘바이오스피어2’ 라는 프로젝트를 위해 건설된 이 인공낙원에서 인간이 버텨낸다면 화성이나 더 먼 행성에 인류가 진출할 가능성이 실증될 터였지만, 안타깝게도 실험은 대실패로 끝났다. 실험 지원자들이 2년간 버텨내긴 했으나 이산화탄소 증가로 바닷물이 산화되어 산호가 녹았고, 해충이 늘어나고 밭의 소출이 줄어들면서 자원자들은 영양실조에 시달려야 했다.

<호모 엑스페르투스> 는 ‘바이오스피어2’ 프로젝트처럼 과학사에서 주목할만한 주요한 실험들을 정리하고 있다.

페로몬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암컷 코끼리 오줌 4,000리터를 분석한 미국 오리곤 과학기술대학원의 라스무센 연구팀, 사이보그의 가능성을 엿보기 위해 자신의 신경에 100개의 미세전극이 꽂힌 장치를 한 영국의 인공두뇌학자 케빈워릭, 복제인간의 시대가 실제로 도래할 수도 있음을 증명한 돌리양 실험 등 책 제목(실험하는 인간)에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사례들이 망라돼있다.

그 중에는 현재 기준으로 보면 반환경적이거나 동물학대적인 실험도 있지만, 책은 궁극적으로 인류의 진보와 발전은 다른 종보다 월등한, 때로는 통제하기 힘들 정도의 호기심에 크게 기대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학적 흥미만을 채워주는 것만은 아니다. “인류의 본성과 가치관, 그리고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칠 실험을 보여주겠다”는 지은이의 말마따나 ‘인간은 누구인가? 지구는 어떤 곳인가? 인류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등 실존적ㆍ윤리적 문제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해준다. 지은이는 지난해 최대 화제작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 을 번역하는 등 50여종이 넘는 과학서적을 번역ㆍ저술한 대표적인 과학저술가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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