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친구 부부와의 모임에서 있었던 일이다. 아이를 가진 중년의 모임에서 늘 그러하듯이 자연스럽게 이야기의 주제가 자녀문제로 넘어갔는데 아이들 이야기를 하다가 친구 부부가 말다툼을 하였다.
그들은 현재 고등학생인 딸이 있는데 그 딸이 대학입시가 끝난 후 코 성형수술을 하겠다는 이야기를 엄마에게 했다고 한다. 아이 엄마는 딸이 그런 이야기를 해서 깜짝 놀랐다고 하면서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느냐고 절대로 안 된다고 했다고 하였다.
■ 딸의 수술로 다툰 친구부부
그런데 아이 아버지가 그 말을 듣더니 딸아이가 전체적으로 다 예쁘지만 코는 그리 예쁜 것 같지는 않으니 수술을 하라고 하지 왜 안 된다고 했냐고 하면서 언쟁이 시작되었다.
아이 엄마는 그런 외적인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내면의 아름다움과 실력이 중요하며 그렇게 내면이 충실해진다면 그 충실함이 반영되어 외모도 저절로 아름다워진다고 이야기하였고, 아이 아버지는 코 수술을 한다고 내면의 아름다움과 실력을 키우는 데 방해가 되느냐고 반문을 하였다.
그러자 친구 부인은 아이는 이미 지금도 충분히 예쁜데 거기서 더 예뻐지려고 수술을 하려고 하는 것 자체가 자신의 가치를 잘 모르는 것이고 만약 수술을 해서 외모가 조금 더 나아지면 그 다음에는 또 다른 고칠 곳을 찾게 될 것이라 하였다.
아이 아버지는 지금도 충분히 예쁘다는 것은 엄마로서 딸을 볼 때의 견해이고 딸아이가 스스로를 볼 때는 생각이 다를 것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수술을 한 번 한다고 해서 계속해서 수술할 곳을 찾게 될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라 하면서 성형 수술을 하는 것과 화장을 하는 것이 본질적으로 무엇이 다르냐고 반문을 하였다. 아이 엄마는 화장은 지울 수 있지만 수술은 원래대로의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대답을 하였다.
그러자 아이 아버지는 고쳐서 영구적으로 나아진다면 원상회복이 필요 없을 텐데 원상회복이 안 되는 것을 왜 걱정하느냐고 하였고 부인은 마이클 잭슨의 예를 들면서 혹시 있을지 모르는 수술의 부작용에 대해서 이야기하였다.
아이 아버지는 일반화의 오류라고 반박하였고 아이 엄마는 어쨌든 조금 더 예뻐지려고 멀쩡한 얼굴에 칼을 대는 것은 절대로 안 된다고 완강히 주장하였다. 그리고 그 즈음해서 그들은 내 의견을 물었다.
나는 치과분야의 예를 들면서 대답을 했다. 시대가 바뀌면 미의 기준도 바뀌고 질병의 기준도 바뀐다. 우리나라에서는 몇 십 년 전만 해도 뻐드렁니가 있는 경우 누구도 그것을 고칠 수 있거나 고쳐야 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뻐드러진 이를 가진 사람은 키가 큰 사람이나 혹은 키가 작은 사람처럼 그냥 신체적 특징을 하나 가진 것으로 생각할 뿐이었다. 그러던 것이 의학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이제는 고칠 수 있고 고쳐야 하는 질환이 된 것이다.
■ 중요한 것은 당사자의 선택
이가 고르지 않은 경우 발음이나 저작(咀嚼)기능에 문제가 있을 수 있고 구강위생관리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사람들이 교정치료를 받는 주된 동기가 미관 상의 이유이기는 하지만 교정치료에 대해 미용 성형과 달리 크게 거부감을 가지지 않는 것은 치과 교정에는 이러한 치료 및 예방의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미용 성형은 대부분의 경우 기능 개선은 없지만 그 결과 자신감이 회복되고 심리적인 만족감을 느낀다면 그 개인에게는 그것도 나름대로는 가치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이야기를 했다.
경계선 상에 있는 미용 치료의 경우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는 개인의 몫이며 그것이 극단적으로 나가지 않고 나름의 철학에 바탕을 둔 선택이라면 그 선택은 존중 받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김욱동 에이플러스치과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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