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뜻 파악 후 사례속 '차이와 차별' 구분할 줄 알아야
[논제]
제시문 (가)에 나타난 ‘차이’와 ‘차별’의 뜻을 정리한 후, 그것을 바탕으로 제시문 (나)의 사례1, 2, 3, 4에 나타나는 ‘차이’와 ‘차별’의 측면을 각각 서술하고, 이들 사례에서 파악되는 공통점과 차이점을 밝혀 보시오. (1,200자 내외)
[제시문]
(가) 차(差)는 금문에서 좌(左)와 나머지 부분으로 구성되었는데 좌(左)는 왼손을, 나머지 부분은 짚을 그렸다. 그래서 차(差)는 왼손으로 새끼 꼬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왼손으로 꼬는 새끼는 오른손으로 하는 것에 비해 정확하지도 못하고 굵기가 가지런하지 못하게 마련이다. 이로부터 차(差)에는 ‘들쑥날쑥하다’나 ‘모자라다’는 뜻이 생겼다. 이것은 아마도 오른손이 긍정적 의미로 작용했던 것에 비해 고대 사회에서의 왼손에 대한 부정적 의식이 반영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異)는 갑골문에서 가면을 쓴 얼굴을 한 사람의 정면 모습에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키고 있는 형상이다. 얼굴에 가면을 쓴 모습은 귀(鬼 : 귀신 귀, 가면을 쓴 사람의 모습)나 외(畏 : 두려워할 외, 가면을 쓴 사람이 창을 든 모습)에도 나타나 있는데, 옛날 역병이 돌면 귀신을 쫓아내기 위해 얼굴에 무서운 형상의 가면을 썼던 것에서 유래한다. 커다랗게 만든 무서운 가면을 얼굴에 썼으니, 이는 분명 다른 사람과는 달리 보였고 그 모습은 특이(特異)했을 것이다. 이로부터 이(異)에 ‘다르다’나 ‘특별나다’는 뜻이 생겼다.
별(別)은 지금의 모습과는 달리 갑골문에서 骨(뼈 골)과 刀(칼 도)로 이루어져, 칼로 뼈를 발라내는 모습을 그렸다. 이로부터 ‘구분해 내다’는 뜻이 생겼고, 분리라는 의미도 생겨났다.
이렇게 볼 때, 차이(差異)는 글자 그대로라면 모자라고(差) 이상하다(異)는 뜻이었으나 이(異)에는 특이(特異)에서처럼 다른 것과 달라 훌륭하다는 뜻까지 존재함을 볼 때 꼭 부정적인 의미만 담긴 것은 아니다. 하지만 차별(差別)은 모자라는(差) 존재를 전체에서 발라내 구분한다. 별(別)은 수직적 개념이라 할 수 있다. 현대 사회에서 차별(差別)보다는 차이(差異)를 인정하는 사회가 중요하다고 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나)
<사례 1> 안녕하세요. 이번 제 2회 이주노동자 영화제에서는 이주노동자의 현실과 문화 다양성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처음 한국에 이주노동자가 들어온 지 벌써 20년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현실은 아직도 열악하고, 한국 사회의 이해도 많이 부족합니다. 현재 한국에는 100개국에서 온 이주노동자들이 일하며 살고 있고 그 숫자는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차별 받으며 힘들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것은 단지 이주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의 문제가 되었습니다. 사례>
<사례 2> 국내 스포츠계에도 이른바 ‘순혈주의’는 알게 모르게 퍼져 있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대표팀 전략 강화 방안 가운데 하나로 공격수 샤샤, 수비수 마시엘 등 K리그에서 뛰고 있는 우수 외국인 선수의 귀화 문제가 잠시 거론됐으나 곧바로 물밑으로 내려갔다. 귀화 선수가 아니더라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으리라는 생각의 뒤에는 외국인에 대한 편견이 자리 잡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웃 일본은 이미 1990년대부터 외국인 선수가 귀화해 일본 대표로 뛰고 있었다. 98년 프랑스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을 통해 국내 팬들에게 이름을 알린 공격수 로페스와 1990년대 중반까지 일본대표팀의 미드필더로 활약한 라모스, 그리고 최근의 수비수 산토스까지. 사례>
<사례 3> (전략)‘미남들의 수다’ 녹화에 참여한 이다도시는 외국인 연예인의 출연을 반겼다. 이다도시는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100만 명이 넘었다. 단일 민족이라는 생각을 이제는 버려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다도시는 “이미 예전에 가야의 김수로왕도 인도 아유타국 공주와 결혼했다. 동양인끼리 결혼해서 별로 티가 안 나서 그렇지 사실 단일민족 아니다”며 “국제결혼으로 태어난 2세들도 대한민국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사례>
최근 붐이 일고 있는 외국 출신 연예인에 대해서도 “하나의 트렌드다. 국제결혼이 증가하면서 앞으로 연예인의 얼굴도 변화할 것이다”며 “거품이 빠지면 자연스럽게 매력 있는 사람들만 남을 것이다. 그들이 외국인이라서 찾는 것이 아니라 매력이 있어서 찾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시청자들이 결정할 문제다. 시청자들에 의해서 가장 능력 있는 사람들만 남을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사례 4> 20일 오전 미국 루이지애나주 작은 마을 제나에선 흑인 수천 명이 “정의”를 외치며 시위를 했다. 지난해 8월 제나의 한 고등학교에서 흑인 학생 6명이 백인 학생 1명을 폭행한 데서 비롯된 이른바 ‘제나 식스(6)’ 사건이 인종차별 논란에 불을 붙임에 따라 흑인들이 대거 거리로 나선 것이다. (중략) 사례>
사건은 교정에서 한 흑인 학생이 ‘백인 나무’로 알려진 나무 아래 앉았다가 다음날 백인 우월주의자 단체인 ‘쿠 클럭스 클랜(KKK)’을 떠올리게 하는 ‘목매는 밧줄’ 3개가 나무에 내걸린 데서 비롯됐다.
이후 흑인 학생 6명은 백인 학생 1명과 주먹다짐을 벌였고, 흑인 학생들은 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올 6월 전원 백인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은 흑인 학생인 마이클 벨에게 2급폭행 혐의를 적용해 유죄 평결을 내렸다. 벨은 아직 실형 선고를 받지 않았으나 보석금을 내지 못해 교도소에 수감돼 있다.
나머지 5명의 흑인 학생 중 2명에 대해선 혐의가 가중폭행으로 경감됐다. 그러나 3명은 여전히 살인미수 혐의로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반면 ‘목매는 밧줄’ 사건에 연루된 백인 학생 3명은 정학만 당했다.
흑인들은 사건 발생 당시 16세에 이르지 못했던 마이클 벨이 청소년 법정이 아닌 성인 법정에서 백인들로만 구성된 배심원들로부터 재판받은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알 샤프턴 목사, 제시 잭슨 목사를 비롯한 흑인 민권 운동가들은 이 사건을 인종차별로 규정하고 흑인 학생들을 지원하기 위한 모금운동을 시작하는 등 연일 사건을 쟁점화하고 있다. 잭슨 목사는 19일 흑인 대통령을 꿈꾸는 민주당 소속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이번 사건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인 데 대해 “마치 백인인 것처럼 행동한다”고 비난, 불똥이 대선 주자들에게까지 튀고 있다.
*제시문 및 제시문 분석, 논제 분석 전문은 EBSi 논술방(www.ebsi.co.kr)에 게재
[제시문 분석]
(가) ‘차이’와 ‘차별’이라는 말에 사용된 ‘차(差)’, ‘이(異)’, ‘별(別)’을 그 어원부터 살펴보아 과연 ‘차이’와 ‘차별’은 어떻게 다른 것이며, 현대 사회에서 필요한 개념은 어떤 개념인가를 생각하게 해주는 글이다.
(나)
<사례 1> 은 피부색이 다르고 말이 다르다고 해서 그것 때문에 다른 대접을 받으며 살아가는 이주 노동자의 현실을 드러내고 있다. 사례>
<사례 2> 는 귀화 선수 문제를 통해 순혈이 아니라는 점 때문에 차별을 받을 수 있는 점을 보여준다. 사례>
<사례 3> 은 방송 연예계에서 나타날 수 있는 차별 문제와 함께, ‘단일민족’의 허상을 지적하고 있다. 사례>
<사례 4> 는 피부색의 차이로 인해 공공연하게 일어나는‘인종 차별’문제를 보여준다. 사례>
[논제분석]
이 논제는 크게 세 가지 측면의 과제를 요구한다.
(1) 제시문 (가)에 나타나는 ‘차이’와 ‘차별’의 뜻 파악하기
(2) 제시문 (나)의 각각의 사례들에서 ‘차이’ 측면과 ‘차별’ 측면 파악하기
(3) 이들 사례들에서 공통점과 차이점 파악하기이다.
(1)은 주어진 텍스트의 핵심 내용을 파악하는 문제이고 (2)는 주어진 개념을 구체적인 사례에서 찾아보는 문제이며 (3)은 공통점과 차이점을 파악하는 문제이다.
[논제에 대한 접근 방식]
우선 (가)에서 말하려는 ‘차이’와 ‘차별’의 규정을 분명하게 구분해서 드러내야 한다. 이 때 중요한 것은 제시문의 핵심어는 살리되 나머지는 자신의 어휘와 표현을 동원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 다음, 이런 구분을 바탕으로 (나)의 사례들 각각에서 차이의 측면은 무엇이며, 차별의 측면은 무엇인지를 파악해서 서술한다. 서술을 할 때 자연스러운 전개가 되도록 주의한다. 마지막으로 각 사례들의 차이점과 공통점을 파악해 밝힌다.
여기서 각 사례들의 공통점으로는 피부색 또는 인종의 차이가 분명히 있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그러나 스포츠계나 연예계처럼 공식적으로 그 차이가 부각되는 경우에는 최소한 차이가 차별로 이어지지는 않거나 차별이 있다 해도 조심스러운 묵시적 차별에 멈추는 데 비해, 자주 부딪치는 일상의 문제가 되었을 때에는 차별 또한 구체적이고 분명해지는 것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염재철.EBS 논술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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