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초대 대통령실장(현 청와대 비서실장)에 내정된 유우익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핵심 정책참모이자 복심(腹心)으로 통한다. 그래서 진작부터 가장 유력한 대통령실장 후보로 거론돼왔다.
유 내정자는 제도 정치권과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했지만, 김영삼 정부 때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간사를 역임하는 등 역대 정부의 대규모 국책사업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해온 정책통이다. 이 당선인이 재선의원 시절이던 1996년 7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경부대운하 구상을 제시하기에 앞서 유 내정자를 찾아가 조언을 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유 내정자는 특히 이 당선인의 서울시장 재임 당시인 2004년 '수도 이전 반대 국민연합'을 주도하면서 이 당선인과 급격히 가까워졌다. 대선기간에는 이 당선인의 싱크탱크 중 하나인 국제전략연구원(GSI)을 이끌었고, 한반도 대운하 뿐만 아니라 나들섬 개발 공약, 한반도 선벨트 구상 등의 밑그림을 그렸다.
이 당선인 주변에선 유 내정자를 직언을 서슴지 않는 몇 안되는 측근 중 하나로 꼽는다. 그가 서울시장 퇴임사와 대선후보 수락 연설, 당선인 신년사의 초고를 작성한 데 이어 대통령 취임사를 다듬고 있다는 점은 이 당선인의 신임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준다.
그는 '이명박 정부'의 한 축을 맡게 된 한승수 총리 내정자와의 호흡 면에서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1980년대 초반 유 내정자가 서울대에 부임하면서 경제학과 교수로 5년째 재직중이던 한 내정자를 처음 만났고, 그 뒤 30여년간 가까운 선후배 사이를 유지해왔다. 서로를 향해 "학문적으로 업적이 높고 현명한 사람"(한 내정자), "교수 시절부터 잘 알고 지내온 선배"(유 내정자)라며 호감을 표시했다.
유 교수는 학계에서도 일가를 이뤘다. 지리학은 물론 국토계획, 문화관광 등 다양한 분야의 논문과 저서를 펴냈고, 서구 학자 이외의 인사로는 처음으로 세계지리학연합회(IGU)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숙명여대 약학부 교수인 부인 표명윤(59)씨와 2남.
▦경북 상주ㆍ58세 ▦상주고, 서울대 지리학과, 독일 키일대 박사 ▦서울대 교수 ▦브리태니커 세계백과사전 책임감수위원 ▦프랑스 지리학회 종신명예회원 ▦서울대 교무처장 ▦세계지리학대회 부회장 겸 집행위원 ▦세계지리학연합회 사무총장
■ 유우익 실장 일문일답/ "靑, 권부라는 인상 지울 수 있게 최대한 절제"
이명박 정부의 초대 대통령실장에 내정된 유우익 서울대 교수는 1일 "청와대가 권부(權府)라는 인상을 지울 수 있도록 최대한 절제하면서 대통령을 보좌하겠다"고 말했다.
유 내정자는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청와대는 어떤 경우에도 권위를 갖거나 앞으로 나서서 일하는 곳이 아니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_이 당선인이 내정 통보하면서 특별히 당부한 얘기는.
"내정 사실도 명시적으로 통보하신 게 없다. (웃음) 그간 얘기 나눌 기회가 많았기 때문에 따로 당부하고 그럴 필요가 없었다."
_내각과는 어떻게 호흡을 맞출 생각인가.
"일은 기본적으로 내각이 하는 것이다. 대통령의 뜻을 받들어 의사결정을 보좌하는 게 청와대의 업무다. 비서실 근무자들이 절제된 처신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_대선 승리 이후 대학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는데.
"실제로 그렇게 준비했다. 그런데 막상 중임이 주어졌는데 막무가내로 사양하는 건 국가에 대한 도리도, 당선인에 대한 예의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_정무감각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기자들이 정무에 멍청한 실장이 왔다고 해 주는 건 고마운 일이다. 에러
가 있어도 봐 달라고 할 수 있지 않겠나. (웃음) 전혀 모른다는 건 동의할 수 없다. 1989~96년 대통령자문정책기획위원회 간사를 했고, 독일에서 지정학 공부를 해서 영 바보는 아니다. 서울대 교무처장을 해 행정 경험도 있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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