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재판에 이어 민사소송에서도 이른바 ‘안풍(安風) 사건’ 관련 자금 1,197억원을 국가예산으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에 따라 “김영삼 전 대통령의 정치자금으로 보인다”는 대법원의 추측만 남긴 채 이 돈의 실체는 미궁 속에 묻힐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7부(부장 안영길)는 1일 국가가 강삼재 전 한나라당 의원과 김기섭 전 국가안전기획부 운영차장, 한나라당 등을 상대로 “940억원의 국가 예산을 반환하라”며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이 돈을 국가예산으로 볼 수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에 앞서 대검 중수부는 2001년 “안기부가 불용 예산 등을 전용해 마련한 1,197억원을 1995, 96년 지방선거 및 총선에서 한나라당의 전신인 민주자유당과 신한국당의 선거자금으로 지원했다”며 강 전 의원과 김 전 차장을 기소했다. 1심 재판부는 검찰 기소 내용을 대부분 인정해 유죄 판결을 내렸고, 이에 대해 강 전 의원은 “이 돈은 김 전 대통령의 정치자금이었으며, 내가 직접 940억원을 건네받기도 했다”는 폭탄 발언을 하며 맞섰다.
결국 항소심 재판부는 “강 전 의원의 주장에 신빙성이 있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고 대법원도 항소심 재판부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당시 “1,197억원은 김 전 차장이 은밀히 관리하던 김 전 대통령과 관련된 정치자금일 개연성이 짙고, 이를 안기부의 일반 공금이나 제3자의 돈이라고 볼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민사 재판부도 이날 판결문에서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났을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와 다른 판결을 해서는 안 된다”며 “안기부의 차명 금융계좌 등을 검증한 결과 형사 재판 결과를 뒤집을 만한 사정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가가 항소한다 하더라도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은 낮아 보여 이 돈의 실체 규명 작업은 더 이상 진행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전성철 기자 foryou@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