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이볜(陳水扁) 대만 총통의 재선에 결정적 계기가 됐던 2004년 3월 19일 천 총통 저격사건이 조작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신화통신이 대만 언론을 인용, 1일 보도했다. 대만 3ㆍ19 저격 사건 진상조사 특별위원회는 31일 저격사건 자체가 조작됐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잠정결론을 밝혔다.
3ㆍ19 저격사건이란 천 총통이 총통 선거 전날인 3월 19일 타이난(臺南)시에서 차량을 타고 길거리 유세를 하던 도중 피격을 당해 천 총통은 복부를 스치는 총상을, 함께 유세 중이던 뤼슈롄(呂秀蓮) 부총통 후보는 오른쪽 무릎에 경상을 입은 사건이다. 당시 천 총통은 국민당 롄잔(連戰) 후보와 박빙의 대결을 펼쳤고, 이 사건 후 동정표가 몰리면서 0.2%의 근소한 표차로 물리치고 총통에 재선됐다.
진상조사위는 “당시 발사된 2발의 탄환을 조사한 결과 같은 총에서 발사된 것이 아니었다”며 “두 탄환은 사제 총기를 제작한 혐의로 당시 체포됐던 탕서우이(唐守義)가 제작한 총에서 발사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즉 실제 총을 발사한 이는 따로 있다는 것이다.
조사위는 아울러 탄도와 탄피 위치가 서로 모순되고, 저격범으로 지목됐다 숨진 채 발견된 천이슝(陳義雄)이 자살한 것이 아니라 피살된 것으로 보인다는 점 등을 의문점으로 제기했다. 왕칭펑(王淸峰) 진상조사위 위원장은 “검찰과 행정기관이 조사를 방해해 의문점을 해결할 방법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 조사결과는 마잉주(馬英九) 국민당 총통 후보가 3월 22일 총통선거에서 당선된 뒤 저격사건을 전면 재수사할 근거가 된다는 점에서 상당한 파장을 낳을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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