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반도체가 지난해 4분기 적자로 돌아서 17분기 연속 흑자행진을 마감했다.
하이닉스는 지난 4분기에 글로벌 기준(해외법인 포함) 매출 1조8,500억원, 영업적자 3,180억원을 기록했다고 1일 밝혔다. 전분기 대비 매출은 24%, 영업이익은 225%나 줄었다. 이로써 하이닉스의 지난해 연간 매출액(글로벌 기준)은 8조6,050억원, 영업이익은 4,910억원으로 집계됐다.
하이닉스의 실적 발표를 끝으로 전세계 메모리 업체 중 삼성전자가 유일하게 지난 4분기에 흑자를 냈음이 드러났다. 상대가 무너질 때까지 출혈경쟁을 하는 이른바 '치킨 게임(chicken gameㆍ마주 달리는 자동차에서 어느 한쪽도 양보하지 않고 극단적으로 치닫는 게임)'에서 삼성전자만이 살아남은 셈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 D램 반도체 가격이 폭락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 하이닉스, 일본의 엘피다 등 3개 업체만 흑자가도를 달려왔다. 그러나 4분기가 변곡점이었다. 삼성전자는 4,3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반면, 하이닉스는 영업이익률이 -17%, 엘피다는 -9.5%로 곤두박질쳤다. 하이닉스가 매출은 업계 2위를 지켰지만, 수익성은 엘피다에 비해 나빴다.
하이닉스의 적자 전환은 D램에 편중된 수익구조 탓이다. 하이닉스 매출 중 D램 비중은 60%나 된다. 4분기엔 D램의 매출 비중이 전분기(67%)에 비해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비중이 커 D램 가격 폭락의 직격탄을 맞을 수 밖에 없었다.
더욱이 4분기 D램 판매가가 전분기에 비해 35%나 떨어졌지만, 생산량은 오히려 7%가 늘었다. 제품을 팔아 얻는 이익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치킨 게임으로 제품생산을 더 늘리다 보니 영업손실이 불어난 것이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올해엔 비메모리 사업에 본격 진출하고 모바일 D램 등 고부가 제품으로 포트폴리오를 개선, 수익성 강화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하이닉스는 올해 3조6,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당초 계획(4조원 안팎)보다 다소 줄어든 것이며 지난해(4조4,000억원)보다는 8,000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와 치킨 게임을 했던 엘피다와 대만의 후발 업체들도 잇따라 투자 규모를 축소하고 있다. 엘피다는 최근 올해 투자액을 지난해 대비 60% 이상 급감한 1,000억엔으로 책정했다고 밝혔다.
대만의 프로모스도 올해 투자액을 작년 대비 25% 줄인 6억 대만달러로 정했다. 반면, 삼성은 지난해 6조9,100억원이던 설비투자액을 올해 7조원으로 늘려 경쟁사 및 후발 업체들과의 격차를 더욱 벌려나갈 계획이다.
박진용 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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