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에 관한 한 계절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구두라고 예외가 아니다. 매서운 겨울 추위가 무색하게 반짝이는 샌들 차림의 매끈한 발을 노출시켰던 레드카펫 패션이 일반인들의 계절감각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올 봄에는 발가락을 살짝 노출시키는 핍 토 오픈(peep toe open) 스타일의 구두가 큰 인기를 얻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금강제화 상품기획자(MD) 한정민씨는 “지난 봄 앞이 막힌 구두와 뚫린 오픈형의 비율이 6대 4였다면 이번 시즌에는 오픈 토 형태의 제품 비율이 거꾸로 60%까지 상승, 역전 추세가 뚜렷하다”고 귀띔했다.
오픈 토 구두는 국내는 물론 해외 수입브랜드에서도 과감하게 시도되고 있다. 이번 봄 시즌부터 제일모직에서 수입판매하는 나인웨스트의 이수연 MD는 “미니스커트를 한겨울에 입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없듯 12월에도 오픈 토 스타일이 잘 팔린다”면서 “이번 봄에는 오픈 토 형태를 살짝 변형시킨 스퀘어 오픈 토(square open toeㆍ구두코의 뚫린 부분이 동그란 대신 네모나게 디자인 된 것) 스타일이 새롭게 주목된다”고 말했다.
소재는 미니멀리즘 패션의 여진으로 반짝이는 에나멜 가죽류가 인기. 여기에 얇은 호일처럼 금속성이 느껴지는 소재나 조명을 받은 것 같이 은은한 광택성 가죽들도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장식은 최소화하되 색상은 황금색이나 은색, 빨강, 노랑 등 강렬한 원색으로 다소 밋밋한 미니멀 패션에 확실한 포인트 역할을 한다.
검정과 갈색이 배합된 호피무늬를 다양하게 변형시킨 오픈 토 스타일의 등장도 두드러진다. 연한 회색이나 살색에 흰색을 배합한 호피무늬나, 검정과 갈색 호피무늬에 빨강색 에나멜 가죽으로 테두리와 리본 장식을 해 시원하고 암고양이처럼 강렬한 느낌을 더한 디자인도 다수 선보였다. 장식이 있는 제품들이라도 작고 섬세한 것보다는 크고 단순한 느낌의 금속 장식으로 세련되고 경쾌한 느낌을 강조한다.
구두 굽의 양극화 현상도 꾸준하다. 땅바닥에 착 달라붙는 듯한 플랫 스타일이거나 7~9cm 높이의 다소 클래식한 무드를 풍기는 두툼한 하이힐이 공존한다. 발뒤꿈치 쪽은 물론 구두 앞에도 굽을 달아 60년대 복고 분위기를 물씬 풍겼던 플랫폼 스타일은 앞쪽 굽을 구두 안쪽으로 넣은 일명 ‘인사이드 플랫폼’ 스타일로 재탄생, 경쾌한 느낌을 더한다.
발가락을 살짝 드러내는 오픈 토 구두는 환절기부터 한여름을 지나 초겨울까지 두루 사용할 수 있는 실용 아이템이라는 점에서도 매력적이다. 강주원 금강제화 여화디자인실장은 “굽이나 색상의 선택에 따라 로맨틱한 감성은 물론 중성적인 멋까지 두루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도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성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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