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강재섭 대표가 또 사퇴 카드를 내밀었다. 강 대표는 지난해 5월 경선 룰을 놓고 이명박, 박근혜 두 후보의 갈등이 최고점에 이르렀을 때 중재안을 내놓으면서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대표직 사퇴와 정계은퇴를 하겠다고 배수진을 쳤었다. 그 때는 다행히 이 당선인이 일주일만에 경선 룰을 전격 양보하면서 강 대표의 승부수는 결과적으로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이번에도 강 대표의 극약처방이 효과를 거둘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우선 상황이 많이 다르다. 지난해 5월에는 경선 룰을 둘러싼 두 후보의 갈등을 보는 국민들의 시각이 곱지 않은 상황에서 자신의 정치생명을 걸고서라도 혼란을 수습하려는 강 대표의 의지가 부각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강 대표가 나서는 바람에 수습돼 가던 상황이 오히려 더 꼬여버린 형국이 됐다. 강 대표의 주장도 ‘당규를 지키자고 계속 고집하면 사퇴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바람에 명분이 약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인명진 당 윤리위원장이 1일 “공천 규정이 지켜지지 않으면 사퇴하겠다”고 나선 것도 이런 시선을 반영한다.
강 대표의 잦은 사퇴 엄포에 대한 당내 시각도 곱지 않다. “당내 혼란을 수습해야 하는 대표가 오히려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걸핏하면 자리를 거느냐”는 비판이 당장 나오고 있다. “대표 자리를 이용해 자기정치를 하려고 한다”는 음모적 분석도 있다. 이명박-박근혜 회동 이후 총선 공천이 두 보스 중심으로 이뤄지는 데 대한 불만 표출이 아니냐는 것이다.
자정을 넘긴 시간에 자신의 집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가진 것도 논란거리다. “이벤트 효과 극대화를 위한 무리수” “상대에게 반론을 할 기회를 주지 않겠다는 꼼수”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강 대표측은 “공천심사위원회의 최종결론을 보고 숙고할 시간이 필요했다”며 “진위를 파악해보니 더 이상 입장표명을 지체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심야 기자회견을 강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신재연 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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